우리대학교 새집증후군을 점검한다

새집으로 이사가는 것이 마냥 들뜨고 설레는 일만은 아닌 요즘이다. 새로 지은 건물의 건축자재로부터 방출되는 유해물질과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정의한 ‘새집증후군’은 단기적으로 두통, 가려움증, 현기증 현상에서부터 장기적으로는 심장병, 암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롭게 변화된 학내 공간은 과연 새집증후군으로부터 안전할까? 요새들어 우리대학교 건물의 신·증축과 리모델링 공사가 학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8년 5월 학술정보관이 새로 완공됐고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외솔관 로비, 학생회관(아래 학관)의 부분 리모델링도 최근 끝난 상태다. 학생식당 또한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이에 「연세춘추」는 지난 5일 우리대학교 원주환경친화기술센터와 함께 최근 공사가 완료된 신촌캠의 △외솔관 로비 △학관 로비 △연희관 강의실 108호·402호와 원주캠의 △미래관 강의실 132호 △학생식당을 대상으로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물질을 측정해봤다. 측정한 유해물질은 폼알데하이드와* 휘발성유기화합물(아래 VOC)** 여섯 가지다.

단위  ㎍/㎥                 

  폼알데하이드 TVOC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 스틸렌
연희관108호 76.33 95.03 3.54 40.03 2.95 8.83 9.30
연희관402호 232.96 712.20 4.38 155.95 24.95 88.17 9.94
신촌캠학관1층로비 21.04 646.75 4.74 356.69 65.84 57.78 9.38
외솔관1층로비 10.77 170.08 3.60 31.06 7.52 42.15 4.65
미래관132호 15.56 199.77 3.40 18.05 6.56 17.34 9.50
원주캠학생식당 8.87 23.23 3.34 7.94 1.61 1.50 0.00

 

 학관 로비, 유해물질 1개 항목서 기준 넘어

측정결과 공기 중 유해물질 수치는 각 건물의 완공시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월, 9월에 각각 완공된 외솔관과 학관의 로비를 비교한 결과, 학관 로비에서 7가지의 유해물질 모두가 더 높게 측정됐다.

학관 로비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아래 TVOC) 수치는 647㎍/㎥으로 학교보건법 관리기준(400㎍/㎥이하)을 훨씬 웃돌았다. 이는 외솔관 로비에서 측정된 수치(357㎍/㎥)의 약 3.8배다. 그리고 톨루엔과 에틸벤젠의 경우, 그 수치가 약 357㎍/㎥, 66㎍/㎥로 학교보건법 관리기준(1000㎍/㎥이하, 360㎍/㎥이하)을 넘기지는 않았지만 외솔관 로비에서 측정된 수치의 약 11배, 9배에 달했다. 폼알데하이드 또한 학관 로비가 외솔관 로비보다 2배 가량 높게 측정됐다. 이는 최근에 리모델링이 이뤄진 건물일수록 공기 중 유해물질의 농도가 현저히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강의실에서 머리가 아픈 이유, 알고보니

사람들이 머물러 있는 시간이 비교적 짧은 로비와 달리 강의실의 경우는 학생들이 수업시간 동안 반복적, 장기적으로 유해한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구조적으로도 폐쇄적인 강의실이 로비보다 유해물질 농도가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폼알데하이드의 경우 로비는 유해물질 수치가 10~21㎍/㎥ 사이에서 측정된 데에 비해 강의실은 그 수치가 76~233㎍/㎥ 사이로 매우 높았다.

특히 연희관 402호는 동일건물 108호보다 모든 유해물질 수치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폼알데하이드와 TVOC는 학교보건법 기준치를 훌쩍 넘어서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강의실의 폼알데하이드 농도 측정치는 약 233㎍/㎥로 관리기준(100㎍/㎥이하)의 2배가 넘었다. 또한 TVOC 농도는 약 712㎍/㎥로 관리기준(400㎍/㎥이하)의 1.7배로 측정됐다. 그 원인은 402호의 완공시기가 다른 강의실에 비해 늦었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폐쇄적인 강의실 구조 특성 때문이다. 환경친화기술센터 연정택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로비는 환기가 잘 이뤄질 수 있지만 환기시키기가 어려운 강의실과 같은 방 구조에서는 유해물질 농도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희관의 다른 강의실은 방학 기간에 리모델링을 마쳤지만 402호는 방학이 끝날 즈음 공사가 발주돼 리모델링 완공이 늦어졌다. 관재처 류필호 부장은 “당초 6개 강의실 리모델링이 계획됐으나, 사과대 측에서 2개의 강의실 리모델링을 추가로 요청해 불가피하게 완공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이 완공된 직후부터 연희관 402호에서는 많은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402호에서 수업을 듣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러 학생들이 새집증후군과 관련해 리모델링 강의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새 집 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플 때가 있다”는 김문교(언론학부·09)씨와 같이 많은 학생들이 402호에서 수업을 들을 때 두통을 겪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한솔(정외·08)씨는 “머리가 어지러운 적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아토피 증상이 더 심해진 것도 어느 정도 리모델링한 강의실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402호는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희관의 유일한 대형강의실이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유해물질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더욱 많은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새집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안은 자주 환기를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402호는 창문이 높은 천장의 위쪽에 나있어 사다리를 이용하지 않고는 사람이 직접 창문을 여닫기 힘들다. 때문에 효과적으로 실내 공기를 환기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환경공해연구소의 신동천 교수(의과대·환경보건학)는 “해당 건물의 관리자 및 학생들도 환기시설에 주의를 기울이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 측도 이미 강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문을 열어 환기를 자주 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나?

가장 근본적인 대책 방안은 친환경재료를 사용해 건축하는 것이다.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은 보통 내장재나 가구의 목재 합판 접착제에서 우러나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신 교수는 “건축물 신·증축 공사를 할 때, 건축·환경공학 분야의 전문적인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며 “학생들의 건강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캠의 미래관 강의실 132호와 학생회관 식당은 실내 공기질이 양호한 편으로, 총 7개 유해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장소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호흡을 통해 유해한 물질들이 인체에 누적될 수 있으므로 관리기준에 부합한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며 계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는 측정 담당자 김지훈(환경공학·석사1학기)씨의 말처럼 안심하긴 이르다.  또한 측정치가 기준보다 낮아도 냄새가 감지될 정도의 상태라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신축 이후에도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유해물질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학기에 신축된 청연학사의 경우, 완공 직후 학교가 자체적으로 검사를 했을 때 모두 기준치에 적합한 수치가 나왔다. 그러나 측정 이후 청연학사에 가구가 설치되고, 뒤늦은 페인트칠이 계속돼 입사 초기 사생들의 불만이 컸다. 

앞으로 원주캠 도서관 리모델링과 정의관 대강당 증축이 이뤄질 예정이다. 신촌캠 또한 체육관 건립 등의 공사가 진행될 것이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과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학내 공간에 변화가 일고 있다. 보이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환경적 요소까지 고려할 때 학내 공간은 진정한 안전지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권소영 기자 serendipit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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