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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섹션] 쿠키속에 별을 담다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팔로마 산 천문대 이야기
  • 김규민 기자
  • 승인 2009.09.26 15:50
  • 호수 1621
  • 댓글 1

“‘50억의 사람들이 땅 표면 근처에 관심을 갖고 산다. 그러나 거기에는 1천 명 정도의 예외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1천명이란 역사상 가장 오래 된 과학, 즉 천문학을 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책『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아래 오레오)』은 남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헤일 망원경을 통해 하늘에 쓰인 역사를 탐구하는 천문학자들의 이야기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위의 1천명보다는 50억 명을 위한 책일 것이다. 왜냐하면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천문학에 관한 책이 아니라 천문학‘자’, 즉 천문학에 종사하는 연구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리처드 프레스턴은 팔로마 산 천문대에서 지내며 우주의 끝을 탐구하는 천문학자들의 실생활을 기록으로 남겼다. 천문학자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암실용 손전등을 사용해 글을 쓴 결과 탄생한 오레오는 미국 물리학회에서 과학도서상을 수상하게 된다.

우주의 끝, 퀘이사를 찾아서

오레오 속 천문학자들은 헤일 망원경을 통해 천체 중에 가장 밝은 빛을 발한다는 ‘퀘이사’를 쫓고 이를 통해 우주의 생성에 관한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다. 천문학자들은 가장 먼 천체라고 추정되는 퀘이사가 우주의 끝에 해당할 것이라는 추정 때문에 퀘이사 관측에 힘을 쏟는다.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나이테’기 때문이다. 지구와 거리가 먼 천체일수록 그 천체가 발하는 빛은 우주 생성 당시에 그 천체의 빛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 생성과 우주 창조 당시의 환경에 대한 답을 찾는 학자들에게 가장 멀리 있는 천체로 추정되는 퀘이사는 따라서 가장 매력적인 연구 대상일수밖에 없다.

우주를 향한 창, 거대한 눈

수많은 천문학자들을 남부 캘리포니아 팔로마 산 정상에 모여들게 한 장본인은 바로 조지 엘러리 헤일이다. 그는 신경쇠약이라는 고질적 질병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최대의 천문 기계로 손꼽히는 헤일 망원경을 구상하게 된다. 저자 프레스턴은 “헤일 망원경엔 후버댐과 더불어 기계를 신뢰하는 인류의 완고한 의지, 우주를 향한 인류의 열망과 두려움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오레오 속 천문학자들은 지름이 5m 8cm에 달하는 헤일 망원경을 통해 자신들의 열정을 은하가 담긴 스크린 속으로 투영한다. 천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손꼽히는 지난 1963년 퀘이사를 발견한 마르텐 슈미트는 “돈을 벌거나 존경을 받기 위해 천문학자가 된다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야. 대부분 연구소에 가보면 천문학자들은 얼어 죽을 것 같은 추위 속에서 겨우 별 하나를 골라잡아 그거만 열심히 바라보고 있지. 모두가 약간씩 미친 것 같아”라고 말한다. 미친 듯한 열정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오레오 쿠키를 먹어가며 밤을 새는 칼텍의 천문학자들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프레스턴이 ‘주인공’이라고 표현한 제임스 군이다. 제임스 군은 7살 때 대학생 수준의 천문학 서적을 독파하고 대학생 시절에 이미 아칸소 주에서 가장 큰 망원경을 만들었으며 이후 칼텍에서 카메라로 찍은 별의 영상을 분석하는 장치를 개발한 천재 천문학도다. 또한 널부러져 있는 군수품 찌꺼기를 모아 망원경의 조절상자를 만든 천부적인 ‘수선공 기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별을 관찰하는 고전적 방법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다. 슈메이커 부부가 바로 그들이다. 유진 슈메이커와 캐롤라인 슈메이커 부부는 “요즘의 천문학은 너무 전자화되어 있어요. 천문학자들은 모니터만 보고 있다니까요. 저는 머리 위의 하늘을 직접 눈으로 보는게 좋아요. 그게 훨씬 더 실감나거든요.”라고 말한다. 이 둘은 모니터 대신 직접 소형망원경을 통해 하늘을 보고, 채석장과 건설 현장의 돌을 뒤져 운석의 흔적을 찾아낸다. 유진 슈메이커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계 최초로 지구 표면에 떨어진 운석의 흔적을 찾아냈고, 캐롤라인 슈메이커는 역사상 가장 많은 혜성을 발견하는 쾌거를 이룬다.

기다리기, 또 희망 갖기

“인간의 모든 지식은 다음 두 마디로 집약된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몬테크리스토 백작에 등장하는 이 구절은 천문학자들의 삶을 가장 잘 집약해 주는 단어다. 프레스턴은 취재 중 “최첨단의 현장에서 발견되는 과학적 현상들은 전혀 명쾌하지 않았다. 그것은 엄청난 판돈을 걸고 벌이는 일종의 도박처럼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 채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견고하여 인간의 능력으로 풀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어쩌다가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토록 굳게 닫혀 있던 문이 갑자기 활짝 열리는 순간이 있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깜깜한 밤, 아득한 우주, 몸을 얼려버릴 듯한 추위, 그 추위 속에서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하나의 별을 쫓는다. 그 별이 작은 열쇠가 되어 우주라는 자물쇠를 풀 수 있도록.

김규민 기자 fade_away@yonsei.ac.kr
그림 김진목

김규민 기자  memyself_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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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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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송이 2012-01-29 13:45:10

    진짜!!! 렌트 보고 싶다!!! 정말 와닿는 말들. 왜 '오늘말고 다른 날들'이라며 미뤄왔을까... 그냥 가볍게 읽어보려 했던 관람기사인데 참 느끼는게 많네요. 그리고 렌트 꼭 봐야겠어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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