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가슴엔 ‘Y’, 다른 쪽 가슴엔 태극기를 단 김동현 선수


영화 『쿨러닝(Cool Runnings)』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봅슬레이’라는 동계 스포츠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봤을 것이다. 630kg의 썰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인적인 스피드, 4명이 한 몸이 돼 보여주는 혼연일체의 미학.

이런 봅슬레이에 당차게 도전장을 내민 연세인이 있으니 바로 김동현 선수(체교·06,브레이크맨)다. 오는 2010년에 열리는 벤쿠버 동계올림픽을 5개월 남긴 시점에서 그의 당찬 포부를 들어봤다.

- 어떤 계기로 봅슬레이를 접하게 됐나?

지난 2008학년도 2학기 기말고사 시험기간 쯤에 체육관 앞 게시판에서 봅슬레이 선수 모집공고를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테스트에 참가했다. 다행히 좋은 성적을 거둬 2009년 1월, 일본 나가노에서 진행된 국가대표선발전에도 참가해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 봅슬레이가 비인기종목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까지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벤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나아가 오는 2018년 평창에 동계올림픽을 유치 할 수 있다면 축구, 농구 못지 않은 인기종목이 될 것이다.

- 봅슬레이가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어려운 스포츠인데 힘든 점은 없나?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힘들지만, 부족한 기본기를 태릉선수촌,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키웠고 체력과 기술을 보완했다. 하지만 봅슬레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큼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뛰고 더 배워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마인드 컨드롤, 이미지 트레이닝과 같은 심적인 부분이 조금 어려웠다.

- 미국 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땄는데, 그 때의 느낌이 어땠나?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상을 받으러 단상에 올라섰는데, 애국가가 울려 퍼지질 않아 기쁜 마음보다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나는 욕심이 많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 이번에 영화『국가대표』를 통해 스키점프가 일약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우리 봅슬레이팀도 MBC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영화를 보면서 스키점프팀이 부럽기도 하고 우리와 같은 비인기 종목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함께 동계스포츠의 발전을 이룩해 나갔으면 좋겠다.

- 외국 선수들은 우리나라 선수들에 비해 대우가 좋다고 들었다. 대회를 나갈 때마다 어떤 느낌을 받나?

외국에는 봅슬레이 선수들의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경기장과 스태프들이 있어 선수들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소한 것들까지 선수가 다 챙겨야 해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면, 우리나라 봅슬레이팀도 좋은 환경에서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루고 싶은 꿈은?

단기적으로는 오는 2010년 캐나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에, 장기적으로는 국제스포츠기구에 진출하는 것이다.

- 끝으로 연세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한쪽 가슴엔 ‘Y’를 품고 다른 한쪽 가슴으로는 태극기를 품어 세계로 뻗어나가려고 한다. 대한민국 봅슬레이팀에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이종호 기자 phillies@yonsei.ac.kr
자료사진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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