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중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선발시스템의 획기적인 전향을 예견하는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이다. 이는 우리 교육의 만성적 고통거리인 대학입학 전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안으로 추진 중이나,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겠다는 조급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첫째,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사교육비 경감효과가 오히려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과 이에 따른 비용 증가현상을 초래하는 모순현상과 새 제도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들도 예견된다. 둘째, 입학사정관의 평가내역 비공개로 인한 갖가지 시비들로 시끄러워질 것이다. 시비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입학사정관의 입시관련 비리를 공무원의 비리행태로 간주해 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다급히 밝혔지만 이는 오히려 대학자율화의 방향과 역행하는 대학 자율성 침해로 변질될 수도 있다. 셋째,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공한 15개 대학 입학사정관 채용 현황에 의하면 1천299명 중 전임은 13%인 169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대부분 비정규 고용형태인 위촉직이다. 입학사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촉사정관을 채용한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대학운용에 대한 현실감 결여로 인해 제도 도입의 근본적인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선 중등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들에게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민의(民意)의 공감을 얻은 후 각 대학의 자율적인 제도운용 방안을 마련해 홍보하는 것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은 사교육 컨설팅 기관을 통해 이 제도에 대해 발 빠르게 정보를 얻고 전형준비를 의뢰하기까지 한다. 제도 도입의 취지가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부작용 및 역기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조차 이 제도의 조급한 도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정부의 당근정책에 편승하는 사례들이 목격되고 있다. 대학은 건학이념 및 고유의 특성에 걸맞는 최적의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며, 고등교육기관답지 않게 정부의 지원에 현혹돼 철저한 준비도 못한 채 정책들을 도입해 왔던 근시안적이며 소아병적인 전철(前轍)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의욕을 갖고 새롭게 도입하는 입학사정관제도가 성공적으로 착근(着根)되고 지속가능한 가치기반의 제도로 존립되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들 간에 ‘무한 신뢰’가 선행돼야 한다. 입학사정관은 사심을 철저히 배제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들의 결정을 신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입학사정관제도는 또 다른 입시전쟁의 원인이 되고 학부모, 교사, 학생 모두 반(反)교육적인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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