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학점 못 믿는다” vs 학교 측 “학생들 요구로 어쩔 수 없어”

최근 ‘학점 부풀리기(아래 학점 인플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학점 인플레는 ‘학점 인플레이션’의 준말로 대학 사회에서 학생들의 학점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지난 2008학년도 2학기 기준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우리대학교 학생 중 ‘A+~A0’학점을 받은 학생은 △전공과목에서 43% △교양과목에서 39% △교직과목에서 83%로 드러났다. 이는 ‘21명 이상 수강강좌의 A학점은 35% 이내로 한다’는 현재의 학칙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학점 인플레의 원인으로 절대평가 강의의 급속한 증가를 들 수 있다. 현재 우리대학교는 △수강생 10명 미만의 소규모 강좌 △영어영문학과 과목 및 학부기초 ‘대학영어’을 제외한 영어강좌 △학부기초 심화강좌 △교직과목 △4천단위 전공과목에 한해 ‘절대평가’로 성적을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절대평가 수업에서 A학점 비율은 35%를 웃돌고 있고 특히 교직과목의 경우 83%의 학생이 A학점을 취득했다.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과거 20년 전까지만 해도 교직과목에서 A를 받는 학생들은 수강정원의 20~30%에 불과했지만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절대평가’ 방식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요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점 인플레를 통해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점이 올라감에 따라 채용시장에서 학점이 갖는 변별력은 약해졌다. 때문에 최근 두산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채용시 지원자들의 학점을 아예 고려하지 않거나 반영 비율을 미미하게 설정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채용담당자는 “학점이 과도하게 인플레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기업들은 지원자의 학점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인·적성 검사와 실무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요소 위주로 지원자를 평가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4대 교수평의회 의장을 지낸 최중길 교수(이과대·물리화학)는 “학생들이 심화·전공 수업을 듣기보다는 재수강 등으로 전공기초과목 학점을 메우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안다”며 “학생들이 보다 다양하고 심층적인 내용을 공부하고 ‘진짜 실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영대 부학생회장 박미선(경영·07)씨는 “단기적 차원에서는 학생들이 높은 성적을 받고자 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면서도 “다소 낮은 학점을 받더라도 학생들이 양질의 수업을 듣고 학교 측이 기업에 연세대를 ‘정말 실력있는 대학’으로 홍보하는 노력을 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좋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대를 비롯한 타 대학들도 우리대학교와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의 경우 △전공과목에서 48% △교양과목에서 46% △교직과목에서 78%가 A학점으로 채워져, 교직과목을 제외한 두 영역에서 우리대학교보다 A학점의 비율이 높았다. 고려대 역시 우리대학교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A학점의 비율이 각각 39%, 38%, 60%를 차지했다. 

김의태 기자 yske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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