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모든 투쟁은 단지 교섭을 하기 위한 것 이었다. 복직할 때까지 투쟁 하겠다”

“교섭을 원한다면 당장 내일도 할 수 있다. 우리는 교섭요구를 거절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사업장이 폐업한 상태에서 복직요구는 억지다”

콜트·콜텍 노동자 투쟁이 시작 된지 3년이 다 돼간다. 하지만 수많은 대화와 협상, 투쟁에도 콜트·콜텍 노사 양측의 입장은 아직도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다.

‘콜트’기타를 만드는 ㈜콜텍 공장은 지난 2007년 7월에, 콜트악기㈜ 공장은 2008년 8월에 문을 닫았다. “2007년 4월 9일 아침에 출근했더니 정문이 쇠사슬로 잠겨있고 출입구가 폐쇄돼 있었다. 일방적인 해고 통보였다” 이인근 콜텍 지회장의 말이다. 콜트·콜텍 노동조합(아래 노조)측은 사측이 처음부터 노조를 곱게 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랜 기간 일하다 2006년 노조를 만들었는데, 조합 활동 1년 만에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해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 지회장은 “우리가 요구한 것은 단지 단체협약 준수, 노사협의회 준수 같은 기본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은 “물량이 없고 바이어들이 떠나 공장운영을 더 이상할 수 없다”며 폐업을 선언했다.

오는 10월 24일에는 투쟁 1천일을 맞는다. 그동안 콜트·콜텍 투쟁은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자칫 위험한 상황까지 연출된 적도 있다. 투쟁 중 한 조합원은 분신을 기도했으며 이 지회장은 28일간의 송전탑 고공단식농성까지 벌였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지난 4월 독일을 찾아 대외적인 투쟁활동까지 감행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뮤직메세*에 콜트·콜텍 사건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 활동은 독일사회 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콜트·콜텍 박영호 사장은 “더 이상 공장 돌릴 일 없다. 포기하고 한국서 다른 걸로 협의하자”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이처럼 노조는 대답 없는 사측과 사회에 계속해서 투쟁을 외쳤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과 경찰의 진압뿐이었다. 이에 문화인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와 함께하는 문화노동자들(아래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작년 가을 사연을 알게 돼 문화연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러한 사건을 널리 알려 공장정상화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문화연대는 지난 2008년 가을부터 각종 콘서트, 전시, 문화제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부당해고와 투쟁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노조와 사측의 갈등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로 자신의 주장만 내세울 뿐 구체적인 협의는 전혀 진행된 것이 없는 현실이다. 이희용 관리부장은 “2007년 1월부터 구조조정 발표를 했고 사전협의 후 진행된 구조조정 이었다”고 주장했으나 노조측은 “정상적 절차를 밟지않은 일방적인 해고였다”고 말해 의견 충돌을 보였다.

또한 이 부장은 “한국공장은 5년동안 영업 순이익 없이 적자에 시달렸다”며 폐업의 배경을 설명했으나 노조측은 “2006년 한 해만 당기순손실이 있었을 뿐 12~13년동안 적자가 난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콜트악기경영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영업이익은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양측이 물러서지 않고 대립하는 가운데 지난 8월 서울고등법원은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하라며 콜트악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직원들을 대규모 해고한 뒤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남아 있는 직원들이 연장근로를 한 사정 등을 감안하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사건이 해결되는 듯 보였으나, 사측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희용 관리부장은 이 같은 판결이 “황당하다”며 “자신들의 입장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기업은 사회적 책무가 엄연히 존재한다”며 “아무리 대표이사가 100%주식을 갖고 있는 1인 주주 회사일 지라도 자기 맘대로 폐업을 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복직할 때까지 계속 투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투쟁이 어떤 결말을 보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뮤직메세 :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악기 전시회

김혜진 기자 2every1@yonsei.ac.kr
그림 김진목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