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의사소통기구 점검

매년 이뤄지는 등록금 책정부터 최근 ABEEK, 송도국제화복합단지(아래 송도캠)에 이르기까지 학교의 주요 정책들이 학생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결정되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학생들이 학내사안에 참여할 수 있는 의사소통기구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상황, 의사소통 부재는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학교는 듣지 않는다

총학생회(아래 총학)를 포함한 학내의 학생회나 학생단체들은 주로 학생복지처(아래 학복처)를 통해 학교 측에 의견을 개진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학교 측 또한 학생들이 학복처를 통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복처를 통한 의견 개진은 여러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법과대 학생회장 전화정(법학·07)씨는 “로스쿨 논란이 일었을 때 학복처를 통해 각 실처장들과 간담회를 가질 수 있었지만 그것도 임시적으로 열린 것일 뿐이었다”고 밝혔다. 전씨의 말처럼 학내 문제해결에 결정권을 가진 실처장과의 간담회 성사 여부는 학교 관계자의 의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간담회가 열리는 시기도 문제가 한창 불거진 후가 대부분이라 애초에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을 듣고 논의할 자리는 전무하다.

학생들의 의견이 어렵사리 전달된 후에도 문제는 남아있다. 학생들에게는 발언권만 있을 뿐, 결정권은 여전히 학교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회나 학생단체들은 학교의 주요 정책들에 대해서 결국 학교 측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연세교육공동행동 ‘2만 연세인 마침내 일어서다(아래 2만마일)’의 공동대표 정다혜(사학·06)씨는 “학내 최고 기구인 교무위원회에도 학생들이 없다”며 “학교 자금운용에도 학생들은 소외돼있고 참여할 수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교는 말하지 않는다

학교 측의 정보공개가 제한적인 것도 문제다. 총학은 지난 2009학년도 1학기에 송도캠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신청을 했다. 이후 학교 측은 답변을 하긴 했지만 총학이 중점적으로 요구했던 사안에 대한 내용은 미흡했다. 학사단위 이전과 학생분과위원회 신설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UIC학생들은 UIC의 송도이전 결정을 학교 측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위치변경계획서를 통해 알게 됐다. 이후 UIC학생들은 송도이전반대위원회를 꾸리고 집회를 가지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교무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방학 중에 일방적으로 통보된 결정이라 대응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송도이전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없고 결정된 사실조차 미리 알 수 없는 학교의 소통 구조에 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학생은 등록금을 내고 교육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하나의 주체로서 학교와 동등한 위치에 서서 소통하고자 한다. 하지만 의사소통기구가 부족한 가운데 학교의 일방적인 통보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대안을 원하고 있다.

소통을 향한 미완의 대안들

문과대와 사과대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교수학생협의테이블이나 연희마루 같은 긍정적인 기구들이 생겼다. 이 기구들은 단과대 내부의 의견을 교환하고 하나로 모으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 기구들만으로는 학내 주요사안에 대처하기 어렵다. 모아진 의견을 학교본부의 의사결정과정에 반영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기구들은 하나의 완전한 대안이라기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의 여러 단계 중 하나인 셈이다.

또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대학평의원회(아래 대평)이다. 대평에서는 사립학교법(아래 사학법)에 명시된 대로 대학 발전계획이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심의할 수 있고 예·결산에 대해 자문을 할 수 있다. 부분적이지만 학생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실상의 최고 의결기구인 것이다. 법 조항에서 대평 설치가 의무화 되자 우리대학교 또한 해당 조항을 정관에 신설했다. 하지만 조항이 신설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대평은 개회된 적이 없다. 이는 내외부의 사학법 폐지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7월말 ‘사학법 폐지 및 사학진흥법제정 국민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소속된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사학법 폐지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연 바 있다. 우리대학교의 입장 또한 이런 외부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현재 운동본부에는 우리대학교 방우영 이사장과 김한중 총장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최근 총학은 송도캠 학생분과위원회(아래 위원회)의 설치를 확정지었다. 이는 송도캠 관련 결정권을 가진 학교 주요 실처장들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기구로서 송도캠 문제에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원회에서 학생들이 실처장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심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일방적인 정책을 막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논의 주제가 송도캠 문제에 국한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학내사안들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

현재 학내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본질적으로는 학생들의 참여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또 각각의 제한성으로 인해 △단과대 내부의 논의 △대평 △위원회가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학교는 논란이 되는 학내 사안들의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 하지만 학교의 의사결정과정에 학생참여가 배제된 상태에서 이 바람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김동현 기자  dh7000cc@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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