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연세자원봉사센터

우리대학교에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학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봉사과목이 20여개 개설돼 있다. 그 중 우리대학교 학생이 초·중·고 학생들의 멘토가 되는 교육봉사활동이 약 60%를 차지한다. 교육봉사수업의 하나인 ‘방과후 교실멘토링(아래 멘토링수업)’은 서울시 교육청과 협조해 운영되며 초·중등학생과 대학생 멘토를 연결해 개별화된 학습 및 인성 지도를 하는 봉사수업이다.

그러나 멘토 학생이 봉사수업을 단순히 학점을 위한 수업으로 생각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중 가장 빈번한 것은 학생의 수업시간과 봉사시간이 겹치는 일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학생은 이를 대체할 다른 봉사활동을 하고 봉사 계획서와 활동서를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학교 측에 책임을 전가한다. 지난 학기 멘토링수업을 신청한 김아무개씨는 한 초등학생과 연결됐지만 학교 수업시간과 봉사시간이 겹치게 됐다. 김씨는 멘토링수업을 담당하는 연세자원봉사센터(아래 봉사센터)에 사정을 말했고, 봉사센터 측에서는 “다른 봉사기관과 연결해주겠다”고 했지만 그 후 감감무소식이었다. 학기말 성적표에 이 과목에서 Non-Pass를 받게 된 것을 확인한 김씨는 “시간이 맞지 않아 멘토링수업을 못하게 됐는데 Non-Pass를 받아 앞으로 봉사수업을 듣지 못하게 됐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에 봉사센터 측은 학생을 다른 봉사기관에 연결시켜주지 못한 것은 잘못했지만 학생 측의 과실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경우 대다수의 학생은 다른 봉사활동을 찾아서 하지만 위 학생처럼 본인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봉사과목을 담당하는 사회복지대학원 교학과 정광순 과장은 “봉사센터에서는 거의 모든 봉사수업을 담당하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사정을 모두 고려하기는 힘들다”며 “학생 측에서도 손놓고 무작정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 다른 봉사활동을 찾아보려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중등학교에서 이뤄지는 멘토링수업의 경우 방과후 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수강생은 이에 맞는 학기 시간표를 짜야 한다. 이런 유의사항은  사회봉사과목 오리엔테이션(아래 OT) 기간에 공지된다. 그런데 학생들이 OT에 참석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정씨는 “학기 전·후에 OT를 여러 번 개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OT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며 “앞으로는 OT에 참석하지 않을 시 Non-Pass를 주는 규칙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봉사 과목은 수강철회가 불가능하다. 봉사 기간 중 학생이 중도에 하차하면 봉사기관 및 멘티에게 어려움을 끼치기 때문이다. 반면 수강변경은 가능해 이 기간에 학생들이 봉사과목을 수강하지 않게 될 시에는 정원이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씨는 “수강신청 첫날에는 사람이 몰리지만 변경기간에 수강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 정원을 100% 채우는 봉사과목이 드물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교육청과 초·중등학교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진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빈번했던 우리대학교의 경우 교육청에서 할당한 멘토링수업 수강가능인원이 70명에서 50명으로 줄었다. 신중하지 않은 수업 선택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봉사수업을 수강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정씨는 “이를 막기 위해 이번 학기 멘토링수업은 학기 전 공지를 통해 미리 50명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수강신청 후 더욱 중요한 것은 실제 현장에서 봉사활동에 임하는 수강생들의 마음가짐이다. 교육봉사의 대상자는 나이 어린 저소득층 자녀, 장애 아동 등이다. 하지만 멘토 학생들이 시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3~18세의 아이들에게 학습 및 놀이지도를 하며 멘토 역할을 하는 ‘송죽원 사랑키우기’ 과목의 경우 학생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 이번 학기부터 폐강됐다.

멘토 학생의 불성실함은 학교 이미지에 타격이 클 뿐만 아니라 멘티 학생과 담당교사에게 큰 상처로 돌아간다. ‘ㅇ’ 중학교로 멘토링수업을 배정받은 아무개씨는 시험, 축제기간 등을 이유로 봉사활동시간을 제대로 채우지 않았다. 아무개씨는 방학기간을 통해 시간을 채우겠다며 담당교사에게 Pass를 요구했다. 하지만 Pass를 받은 후 아무개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ㅇ’ 중학교에서는 아무개씨에 대한 학점정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봉사센터 측에 보낸 상태다. 멘토링수업 담당 교사들은 멘토링을 신청해 놓은 후 갑자기 연락 없이 그만두거나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점을 멘토링 연결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서울여자중학교 교사 조경숙씨는 “하고 싶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면서 억지로 하는 멘토 학생이 있는 경우, 멘티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며 멘토 학생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활동에 임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봉사수업 수강생 가운데는 봉사보다 수업에 초점을 맞춰 학점에 연연하거나 자신의 감정, 기준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씨는 “봉사에 대한 참의미를 깨닫고 봉사 대상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봉사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에게 남아야 할 것은 성적표의 학점만이 아니라 봉사를 통한 섬김과 사랑의 정신이 아닐까.

권소영 기자 serendipit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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