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출결, 전자교탁, 와이섹…본래 목적 수행 못하는 실정

전자교탁을 이용해 와이섹에 접속할 수 있다.

전자출결, 전자교탁, 와이섹으로 대표되는 수업 관련 전산시스템은 보다 높은 수업의 질을 담보하고, 학생과 교수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스템들이 도입된 지 길게는 10년, 짧게는 2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이용 관련 지식이 부족하거나 아예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산시스템 이용 실태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짚어봤다. 

전자출결 = 대리출석?

우리대학교에는 수용인원이 120명 이상인 대형 강의실 42개에 전자출결 시스템(아래 전자출결)이 갖춰져 있다. 학생증을 이용해 출석을 체크하는 전자출결은 학생증을 기반으로 하는 ‘U-Campus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약 10년 전에 마련됐다. 전자출결은 일일이 출석부를 보고 호명하는 출석 제도의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지만 현재 이용도가 높지 않다. 학생증만 찍으면 출석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부정출석이 쉽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아무개(법학·06)씨는 “친구에게 학생증을 찍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꽤 있다”며 “결석계를 낼 필요도 없이 수업을 빠질 수 있어 편하긴 하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자출결은 보조적인 역할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정좌석제를 기본 출석 제도로 하되, 출석 여부에 혼동이 생길 것을 대비해 전자출결 데이터를 고려하는 방식이다. 최미영(경영·08)씨는 “대형강의에서도 지정좌석제를 쓰니까 전자출결의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자출결이 얼마나 이용되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교무부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학생증을 찍으면 교무부로 데이터가 전송되지만 전자출결을 쓰는 수업이 아닌데 무의식적으로 찍는 경우도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전자출결의 이용 비율조차 알 수 없어 효과적인 활용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용법 몰라서 못 쓴다

U-Campus 구축 사업에는 전자교탁 이용을 골자로 하는 강의지원시스템이 포함된다. 전자교탁에는 전자출석으로 체크된 내용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전자출석부,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판서하고 빔프로젝터로 띄울 수 있는 타블렛 PC 등 다양한 기능이 구비돼 있다. 그러나 관리 부실과 사용 관련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실제 수업에서 활용되는 기능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08학년도 2학기에 대학영어 과목을 수강한 정슬아(간호·08)씨는  전자교탁을 이용해 듣기 평가, 수업 관련 동영상 청취 등이 모두 진행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정씨는 “단순히 강의 PPT만 비춰주는 교수님들이 많아서 이런 기능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전자교탁을 잘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학진 교수(경영대·계량경영학)는 “엑셀을 이용하는 수업의 특성상 전자교탁을 사용해야 하는 때가 많지만 노트북을 따로 들고 다닌다”며 “수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새로 설치해도 다음 시간에 오면 삭제돼 있거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USB를 사용하면 USB에 바이러스가 옮겨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자교탁 이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도 문제다. 교수와 조교 모두 전자교탁 이용에 서툴러 관련 업무를 보조할 학생을 따로 두기도 한다. 허문정(정외·08)씨는 “교수님이 전자교탁 이용법을 잘 몰라서 수업이 지연된 적이 많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교육개발지원센터(아래 지원센터)에서는 교수와 조교들을 대상으로 파워포인트 사용법, 동영상 제작법 등을 교육하는 멀티미디어 활용 워크샵을 개최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전자교탁 이용에 관련된 교육은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누구를 위한 다양한 기능인가

인터넷으로 오프라인 강의를 보조하는 사이버교육지원센터(YSCEC, 아래 와이섹). 지난 1999년에 생긴 후 2004년 업그레이드를 거쳐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현재 학부 전체 2천500여개 수업 중 70% 정도에 해당하는 수업에서 와이섹을 이용하고 있고, 이번 학기부터는 신촌ㆍ원주 캠퍼스 간 구분을 선택한 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의 수요가 신촌ㆍ원주 할 것 없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와이섹에는 교수와 학생 간 혹은 학생들 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게시판이나 쪽지 기능 등이 갖춰져 있다. 와이섹은 다른 시스템들에 비해 비교적 원활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잠자고 있는’ 용어사전, 갤러리, 미팅 등의 메뉴도 많다. 이용 가능한 다양한 기능들을 방치한 채 와이섹을 단순히 수업 관련 ppt를 업로드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유민곤(주거환경·08)씨는 “지금껏 수강한 대부분의 수업에서 ppt를 올리는 전자칠판 게시판만 활성화돼 있었다”고 말했다.

지원센터에서는 수업 내용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학생들이 와이섹 게시판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교수가 동영상 콘텐츠 개발 강의를 신청하면 지원센터에서 동영상을 촬영하고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지난 학기에 마케팅 과목을 수강한 김희준(경영·08)씨는 “수업 시간에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도 동영상을 반복해서 들으니 잘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반응이 좋지만 동영상 콘텐츠 개발 강의는 한 학기에 평균 6개뿐이다. 이에 오재호 이러닝 기획팀장은 “인력과 기계가 제한돼 있어 더 많은 수업을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편리한 수업 환경 조성을 위해 마련된 전산시스템은 이미 도입된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까지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출결 이용도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 전자교탁의 관리·이용 문제 해결, 그리고 와이섹에서는 학생과 교수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이랑 기자 oopshucks@yonsei.ac.kr
사진 추유진 기자 babyazaz@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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