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현 기자의 B컷 스토리

2학기 개강호 사진기획에 실릴 사진을 찍기 위해 전국 곳곳을 다녔다. 야구감독과 코치를 찍기 위해 대구 시민운동장으로 내려갔고 꼬막캐는 장면을 담기 위해 전라남도 벌교를 찾는 등 차비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모든 사진이 실릴 순 없는 법이다. 적절한 구도와 조명,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 이번 B컷 스토리는 치열한 경쟁 끝에 탈락한 사진들과 아예 ‘킬’ 당해버린 아이템을 담아봤다.


1박 2일 시청자라면 익숙한 꼬막. “갯벌하면 벌교”라는 박모기자의 말마따라 촬영장소를 전라남도로 결정했다. 고속터미널에서 벌교로 가는 버스는 낮 3시 10분 단 한 대뿐. 4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뒤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20여분을 타고 도착한 장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눈을 의심했다. 허허뻘(!)판이다.


꼬막캐는 아주머니도 없는데다가 그 흔한 꽃게도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기어다니는 건 꿈틀거리는 미지의 생물뿐.. 하지만, 갯벌에 가까이 가면 뭔가 잡힐거 같았다.


함께 취재간 구민정 기자. 조금씩 빠지더니 몇 발자국 더 들어가 절반 머드팩한 느낌이었다. 무게가 더 나가는 본인은 반바지까지 다 빠졌다.


우리대학교에선 다른 어느 곳보다 연세우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우들의 칼슘섭취에 이바지하는 연세우유는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리는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바로 여주에 위치한 영덕목장이다.


젖소는 생각보다 민감한 동물이다. 젖을 짜는데 있어 외부인이 있다고 느끼면 젖을 안 낸다거나 양이 적어질 수 있다고도 한다. 촬영을 허락해주신 목장주인내외분께 감사하며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지만 조명의 열악함과 구도의 불안정함을 넘어설 수 없었다.


촬영을 마치고 나오면서 찍었던 우유저장소가 얼마나 포근해 보이던지.


연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다보면 흐름을 잡기 마련이다. 지휘자의 마무리 동작을 보면서 ‘이거다!’라며 셔터를 막 눌러댔지만, 정작 한 장의 사진만을 보는 독자들은 무슨 손짓인지 모를 수 있다. 열정적 지휘를 마무리 짓는 지휘자의 절제된 동작이 포인트다.


리허설에도 수트를 차려입었다면 더 멋있게 나왔을텐데, 하악하악.


새벽에 청소하시는 분을 찾기 위해 동틀 무렵부터 뛰어다니다 건진 이 한 장. 담배를 태우는 아저씨의 투박하지만 따스한 두 손부터


백양로 긴 거리 가로수를 불평않고 묵묵히 전지하시는 아저씨의 훈훈한 모습까지.

각각의 색이 워낙 뚜렷하기에 한 가지 색감으로 담아내기엔 무리였을지 모른다. ‘손’과 ‘인물’ 그리고 ‘자연’ 3가지를 융화시키는 작업이 그리 녹록친 않았다. 하지만 사회와 학내에서 알게모르게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신 분들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구호로만 접해오던 비정규직의 안타까움이라든지 생의 한가운데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을 렌즈로 바라볼땐 내 표정은 피사체의 그것과 닮아간다.

정석현 기자 remij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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