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웃찾사』, 『개그야』…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나오는 건 개그맨들뿐이다. 간혹 가다가 방청객 얼굴이나 PD의 얼굴이 화면에 비치기도 하지만 코미디 작가의 얼굴이 나오는 일은 없다. 그래서 시청자는 코미디 작가의 존재를 모르기 일쑤다.

그러나 코미디 작가 신상훈은 달랐다. 지난 2006년 3월 6일 종영된 폭소클럽의 ‘스탠드업 코리아’란 코너에 직접 출연한 것이다. 신 작가가 낸 아이디어에 맞는 개그맨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직접 출연하라는 PD의 권유에 응해 무대에 올랐다. 원래 작가는 대본을 쓰기만 하고 무대에 직접 오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작 신 작가 본인은 코미디 작가가 무대에 나서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신 작가는 “앞으로 코미디 작가와 개그맨의 구별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 작가는 “코미디 작가와 개그맨의 협력 관계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코미디 작가가 대본을 쓰면 개그맨이 그것을 수정해서 프로그램에 올렸다. 하지만 요즘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의 경우는 반대로 개그맨이 아이디어를 내면 코미디 작가들이 살을 붙여서 코너를 만들어 나간다. 종종 미국 NBC의 전설적인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출연진들처럼 작가 및 연기자로 활동하며 1인 2역을 하기도 한다.

연초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논란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신 작가는 “애초에 대본이 없는 방송 프로그램은 존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연예인들만 불러 놓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작가가 마을과 집을 섭외하고 그 집에서 뭘 할 것인지 프로그램을 미리 짜줘야 그 틀 안에서 연예인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것을 작가가 정한다고 하면 어떻게 갈지는 연기자들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신 작가는 “100% 작가가 써준대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100% 연기자 마음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고 정리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애드리브는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작가들이 ‘이런 말을 하면 좋겠다’며 대본에 지시사항을 써준다. 대본에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애드리브를 많이 생각해낼수록 유능한 연예인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애드리브는 연예인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기술이다. 당장 취직을 준비할 때도 애드리브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신 작가는 “애드리브가 면접의 기술로서는 최고다”고 강조했다.

신 작가는 현재 서울종합예술학교 개그·코미디학부 학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머 강사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우리대학교 원주캠에서 교수들을 상대로 강의하기도 했다. 신 작가는 “기회가 되면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싶다”며 말을 마쳤다.

이승재 기자 nomadicsoul@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