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inside 속으로

디시인사이드(아래 디시)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 중심지다. 부정하고 싶은가? 하지만 당신이 한번이라도 다음과 같은 말을 썼다면, 당신은 이미 디시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듣보잡’, ‘안습’, ‘짤방’, ‘막장’, ‘~했삼’. 당신이 디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지 이미 디시는 인터넷 공간 안에서, 심지어는 현실세계에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디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디시에서는 욕이 난무한다”, “이용자 간에 예절을 차리지 않는다”, “온라인에서의 일로 현실에서 만나 싸움을 한다”는 등 주변에서 들리는 말이나 뉴스에서 다뤄진 몇 가지 사건들만 보고 그런 선입견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디시를 수년째 해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비록 위의 말들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비록 그들이 욕을 많이 섞어 쓰거나 반말을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밖에서 디시를 바라보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친밀감의 표시로 거친 말투를 쓰는 것과 똑같이 여기는 것이다. 디시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이 공중파 뉴스에까지 보도되는 일도 있지만 그것은 하루 평균 페이지뷰가 4천만회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감안할 때 어느 집단에서나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사건일 뿐이다.

디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디시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눈을 돌려보자. 디시는 인터넷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트렌드세터다. 이런 역할은 특히 말투에서 많이 드러난다. 앞에서 든 유행어를 포함해 인터넷에서 쓰이는 각종 줄임말들은 대부분 디시에서 생겨난 것이다. 말투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을 웃게 하는 합성사진과 합성동영상들 또한 상당수가 디시에서 제작돼 인터넷 공간에 퍼진다. 지난 2008년 여름 유행했던 ‘빠삐놈’이나 ‘전스틴’의 출처 역시 디시다. 심지어 디시의 자료를 참고해 TV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자들도 있다. 디시의 유행이 오프라인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디시가 인터넷 공간에서 이런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익명성이다. 인터넷 공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게시판은 회원가입을 하고 나서야 글을 쓸 수 있게 돼 있어, 자신의 숨은 욕망을 드러내는 공간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디시는 철저히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욕망을 분출하는 적절한 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접근이 쉽다는 점이다. 분야별로 수십 개의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는 디시는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고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많은 유저와 그들의 활발한 활동은 디시를 인터넷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우리대학교의 경우에도, 제대로 된 커뮤니티가 없는 상태에서 디시의 ‘연세대학교 갤러리’가 용이한 접근성을 통해 어느 정도 학교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디시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된 것은 물론 디시 이용자들이 자초한 면이 있다. 하지만 디시는 생각만큼 나쁜 곳이 아니다.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당신에게 그 어느 사이트보다 훨씬 유용한 곳이 될 수 있다.

디시인사이드 이용자 ‘고래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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