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뉴스, 블로그, 미니홈피에는 최신 트렌드가 흐른다, 커진다, 퍼진다


필수불가결. 현대인에게 인터넷이 지니는 의미다. 하지만 아무리 영향력이 막강한 인터넷이라도 ‘포털 사이트(아래 포털)’가 없다면 망망대해에 불과하다. ‘현관’이라는 뜻대로 포털(portal)은 인터넷 세상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네티즌은 포털을 통해 무한한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도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다.

랭키닷컴(http://www.rankey.com)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인터넷 접속률 상위 사이트 5개 중 4개는 종합포털 사이트가 차지했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은 검색과 그 외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현대인의 생활양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사전 대신 ‘지식인’을 찾는다. 맛집을 찾기 위해 블로그를 조사하고, 과제를 작성하기 위해 포털의 전문 자료를 검색한다.

싸이월드, 트렌드 심장에 명중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포털을 빼놓을 수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포털에는 최신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가 바로바로 반영된다. 블로그에는 네티즌의 관심사가 올라오고, 미니홈피에는 네티즌의 일상이 기록된다. 인터넷 뉴스에는 네티즌의 여론이 댓글로 달린다. 이렇게 포털에서 트렌드가 형성돼 방문자수가 늘고 컨텐츠가 축적될수록 포탈의 질은 높아진다. 그래서 포털 운영업체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트렌드를 자체적으로 짚어내 반영하기도 한다.

신세대의 트렌드를 예리하게 읽어내 성공한 대표적인 포털은 싸이월드다. 『싸이월드는 왜 떴을까?』의 저자 채지형씨는 싸이월드가 간파한 신세대 트렌드를 5가지로 꼽았다.

하나, 자기표현의 시대. 둘,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셋, 감성시대. 넷, 프로슈머시대. 다섯, 소셜 네트워크시대다.

신세대는 더 이상 공동의 커뮤니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사이버 공간을 원한다. 그곳을 사진, 배경음악, 미니미 등으로 꾸며 자신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채씨는 ‘감성’을 싸이월드의 중요한 키워드로 지목했다. 사소한 감정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냄새’나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이버 상으로 인맥을 쉽게 관리하고 확장할 수 있게 한다는 점 역시 신세대를 붙잡을 수 있었다.

포털에서 트렌드를 꽃 피워라

포털은 트렌드를 반영하는 창을 넘어 트렌드를 확산시키는 유통채널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네이버 메인화면의 오픈캐스트*에 블로그가 노출되는 순간 조회수와 댓글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개인적인 블로그 공간이 포털 메인을 통해 대중의 새로운 유행으로 살아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포털이 의도적으로 유행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네이버 홍보팀장 김청씨는 “메인 노출은 구독자 수가 많은 캐스트부터 최근 업데이트된 것을 무작위로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털에서 트렌드가 확산되는 또 다른 주요 채널은 ‘실시간 검색어’다. 실시간 검색어는 인터넷 상의 최신 트렌드를 가장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지표다. 어떤 이슈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 그 자체로 또 다른 이슈가 된다. 싸이월드의 ‘왜 떴을까?’는 인기검색어가 왜 화제가 됐는지 관련 기사와 엮어 설명하는 서비스다. 실시간 검색어를 다루고 인기검색어가 된 배경을 살피는 코너가 따로 마련된 TV나 라디오 프로그램도 있다. 『네이버 공화국』의 저자 김태규씨는 “신문-방송이 뉴스를 생산하면 이는 검색어 순위에 즉각 반영되고 이 검색어를 다시 신문-방송을 통해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인 여론이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광클, 알바 그리고 만들어진 트렌드 

한편으론 포털을 통해 트렌드를 판단하려는 시도가 위험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여론의 조작가능성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에는 실시간 검색어 조작 업체가 발각됐다. 이들은 바이러스를 유포시켜 감염된 컴퓨터들이 계속해서 특정 단어를 검색하도록 조종했다.

검색어의 조작 외에도 의도적으로 붐을 일으켜 여론을 왜곡하는 문제가 있다. 팬클럽 회원들이 이른바 ‘광클(狂+click)’로 특정 연예인 이름을 높은 순위권에 올리거나, 새로운 영화 배급을 앞두고 제작사가 포털게시판에 ‘알바’를 주둔시키고 있다. 포털 시스템의 취약성과 소수 집단의 의도적 개입이 완전히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포털과 트렌드가 서로 영향을 주는 과정에서 간섭이 이뤄지고 왜곡이 일어난다면, 포털과 트렌드는 서로 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포털은 트렌드를 반영하며 성장하고, 트렌드는 포털로 인해 확장되는 관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제 포털은 단순한 ‘현관’의 기능에서 벗어나 다른 매체를 압도하는 규모와 다양성을 갖췄다. 트렌드가 반영되고 유통되고 변질까지 이뤄지는 ‘마당’이 된 것이다. 그 마당 위에서 트렌드가 형성, 가공되는 하는 현상은 단순히 ‘홈페이지’로만 여겼던 포털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오픈 캐스트: 네이버의 블로그나 인터넷 뉴스 중 유용한 게시물을 주제별로 모아 제공하는 서비스

양준영 기자 stella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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