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위생관리에도 소비자가 확인할 방법 없어... 원산지 표기도 의무화돼야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 중 하나는 바로 학내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잔디밭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자장면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은 급식으로 모든 끼니를 해결해야 했던 중ㆍ고등학교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다. 또한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외부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배달음식을 선호한다. 가끔 배달음식을 시킨다는 강현진(생활과학계열ㆍ09)씨는 “나가서 사먹기 귀찮을 때와 다수라 이동하기 어려울 때 피자나 자장면을 시켜먹는다”고 말했다. 정해준(법학ㆍ08)씨도 “장소에 관계없이 배달되기 때문에 편리하고 좋다”고 배달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

배달음식, 깔끔하지 않은 너

신촌지역의 경우 여러 대학이 밀집해 자취나 하숙을 하는 학생들이 많고, 젊은 직장인들도 거주하고 있어 유난히 배달음식이 활성화 돼 있다. 메뉴도 다양하고 전화 한통에 바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신속한 배달과 다양한 메뉴를 보장하는 배달음식업체가 위생은 보장하지 못해 문제다. 지난 3월 서대문구에 위치한 중식당 10곳이 유통기한 경과제품의 조리목적 보관,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 등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적발됐다. 최혜림(UIC생명공학ㆍ08)씨는 “음식이 어떤 장소에서 만들어지는지 확인할 수 없어 불안하다”며 “요리과정을 볼 수 없는 배달음식의 특성상 위생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현동의 한 배달음식점. 가게 앞 골목길에서 직원이 식재료를 다듬고 있다.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경우 가게의 크기가 작아 위생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현동에 위치한 ‘ㅇ’배달음식점은 가게가 작아 아주머니들이 이동하는 것조차 빠듯했다. 가게 앞으로 사람은 물론 차나 오토바이가 지나다니지만 공간이 부족해 항상 문을 열어놓고 조리할 수밖에 없다. 가게 앞에는 미처 안으로 들여놓지 못한 철가방들이 쌓여있고 간판도 없다. 공간이 좁다보니 주방이 따로 분리돼 있지 않은 곳도 있다. 물건을 쌓아둔 곳에서 족발을 삶고, 전화를 받고, 계산을 한다.

서문과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홀이 있는 음식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머릿수건이나 위생복은커녕 앞치마조차 입지 않은 채 요리를 하기 때문에 이물질이 들어가기 쉽다. 주방의 타일엔 기름때가 꼈고 테이블이 놓여있는 홀의 조명도 어두워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다. 주인은 요리를 하다말고 나와 계산을 해주고는 손을 씻지도 않은 채 다시 국자를 잡아 손님에게 불쾌감을 준다. 직접 매장에 방문해 이런 환경을 본다면 바로 발길을 돌리겠지만 ‘배달’의 특성상 소비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배달음식, 넌 어디서 왔니?

뿐만 아니라 배달음식의 경우 원산지 표시가 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소비자들은 전단지를 보고 음식을 시키지만 전단지에는 원산지가 적혀있지 않다. 총학생회에서 발행한 배달백서를 보더라도 총 38개의 업체 중 원산지를 표기한 업체는 11곳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최씨는 “밖에서 사먹는 음식에 원산지가 표시 돼 있는데 왜 시켜먹는 음식엔 없는지 모르겠다”며 “배달음식에도 원산지 표시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단지나 배달용기에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제제가 불가능하다. 음식점의 경우 지난 2008년 7월 8일부터 쇠고기와 쌀, 12월 22일부터는 돼지고기, 닭고기, 김치의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 됐지만 배달음식은 예외로 인정되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따르면 영업장 내에 원산지를 표시하면 배달하는 장소까지 알릴 의무는 없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관리과 이호열씨는 “당초 법을 만들 때 영세 업체인 배달음식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영업장 내에 표기를 했다면 전단지에 표기를 하는 것은 주인의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달음식의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르는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신(信)속 배달이 되길

음식은 생명과도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필수다. 위생복을 갖추고 정직한 재료를 사용해 요리하는 것, 주방을 깨끗이 관리하고 소비자에 원산지를 알리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고객에게 믿음을 줘야한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계속해서 쌓인다면 나중에는 아무도 전화기를 들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유수진 기자 ussu@yonsei.ac.kr
사진 추유진 기자 babyazaz@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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