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과 영화관의 만남, 4D영화

4D영화란?
바람, 냄새, 수증기, 연기, 진동 등이 더해져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영화. 입장료는 1만 3천원~1만 5천원.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는 80년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건 역설적이게도 두 감독들이 아니라 TV다. 50년대 이후 TV의 보급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영화산업은 일반 방송은 따라올 수 없는 규모와 볼거리로 관객들을 사로잡고자 했다. 그렇게 경쟁자의 등장에 탄력 받아 탄생한 것이 블록버스터다.

상암 CGV 4D영화관의 내부 전경

지난 1월 상암CGV에 세계 최초로 4D영화관이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불법 영화 다운로드와 홈시어터의 도발에 대한 응수다. 이제 ‘어둠의 경로’를 통하면 방금 나온 영화도 다운받을 수 있고 기기만 갖추면 극장도 부럽지 않은 시대가 왔다. 홈 비디오로는 흉내낼 수 없던 필름만의 질감을 홈시어터로도 구현할 수 있게 한 디지털 영상기술의 발전도 변화에 한몫했다.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오기 위해서는 단지 영상을 트는 것으론 부족하게 된 것이다. 이때 CGV가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가 4D다. 영화관이 ‘관람’뿐만 아니라 ‘체험’의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이스 에이지3』가 상영되고 있는 4D관은 평일 낮의 극장답지 않게 사람들로 붐볐다. 아이들은 얼음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스크린 속 주인공을 따라 좌석이 유연하게 움직일 때마다 환호성을 터뜨렸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절벽에 이르자 벽에 설치된 팬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나 이 ‘리얼한’ 효과들을 체험하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영화에 이런 인위적인 ‘오감체험’이 꼭 필요한 걸까.

4D영화 관람객들이 물을 맞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영화를 포함한 모든 예술의 매력은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모자를 보고 코끼리를 삼킨 뱀을 상상하게 하는 게 예술이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소설 속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그러나 활자 사이를 거닐며 자유롭게 상상했던 ‘해리 포터’는 그 배우, 그 장면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4D도 마찬가지다. 좋은 영화는 바람 한 점 없는 영화관에서도 바람을 느끼게 한다. 오감은 진짜 체험뿐 아니라 상상에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4D의 등장배경은 이해되지만, 이건 체험 안에 상상력을 가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요즘 4D영화가 인기다. 『해운대』, 『블러디 발렌타인』, 『아이스 에이지3』를 교차상영하고 있는 상암CGV의 4D관은 연일 매진행진이다. CGV측은 공포물에 관객 호응이 특히 뜨거운 점을 반영해 다음 작품으로는 『라스트 데스티네이션』을 점찍어 놓았다. 확실히 공포물과 4D는 궁합이 잘 맞다. 그건 그 속성이 영화보다는 ‘유령의 집’에 가깝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데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는 오싹함은 흥미로운 체험일 것이다. 그러나 놀이공원은 1년에 한두 번이면 족하다.

정지민 기자 anyria@yonsei.ac.kr

자료사진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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