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 한복판 빌딩들 사이에 난데없는 선박용 컨테이너 28개가 쌓여있다. 이 컨테이너들의 정체는 ‘플래툰 쿤스트할레’로 베를린에서 건너 온 서브컬처 복합문화공간이다.

선박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만든 플래툰 쿤스트할레 건물

서브컬처, 즉 ‘비주류문화’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그것을 문화로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어떤 새로운 시도도 모두 서브컬처가 될 수 있다. 지난 2000년 독일 베를린에 세워진 ‘플래툰’이 유럽 서브컬처의 베이스라면 4월 11일 서울에 문을 연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아시아 서브컬처의 베이스다.

플래툰 쿤스트할레 1층에는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이 울려퍼지는 바가 있다. 커피와 음료, 맥주와 칵테일, 그리고 슈니첼*이나 커리 부어스트** 같은 정통 독일 음식을 판다. 이 바는 비영리공간인 플래툰 쿤스트할레의 유일한 수익원이다. 바 맞은편에는 서브컬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4개의 전시공간이 있다. 전시공간은 매달 새로운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지난 8월 27일에는 아티스트 이권, 유대영, 최용석, 소니의 작품이 새로 들어섰다. 2층에는 서브컬처 아티스트들의 작업실과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진집, 디자인북 등 예술서적이 가득 찬 책꽂이가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서브컬처 아티스트들은 척박한 환경에 처해있다. 서브컬처를 즐기는 사람도 언제나 소수였다. 주류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에게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플래툰 쿤스트할레 이동미 홍보 팀장은 “플래툰은 아트 커뮤니케이션 조직으로 전세계 3천500여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며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이 조직의 아시아 베이스로서 한국의 서브컬처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플래툰 쿤스트할레 2층에 있는 4개의 스튜디오를 국내외 서브컬처 아티스트들에게 6개월간 무상으로 임대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아티스트들에게는 임대기간 동안 만든 작품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 전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진다. 현재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박수미, 스트리트 아티스트 정크하우스, 음반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인 매거진 킹이 입주해 있다.

현재 스튜디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박씨는 “우리나라에는 아티스트 자체를 보기 보다는 학벌과 같은 연줄부터 따지는 풍토가 있는데 플래툰에는 그런 색안경이 전혀 없다”며 “플래툰이 힘든 상황에 있는 한국의 서브컬처 아티스트들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순수한 의도로 지원해주는 것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는 매주 목요일, 금요일 밤 10시부터 ‘DJ 나이트’가 열린다. 어두운 분위기의 1층 바에서 DJ 바야, 우도 리, 바다 레너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클럽 컬처 매거진 「블링」과의 합작으로 이뤄지는 ‘나이트 프리 마켓’이 매달 첫 번째 주 토요일 저녁 8시부터 진행된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가운데 DJ의 공연도 펼쳐진다.

*슈니첼(Schnitzel): 독일식 돈가스 요리
**커리 부어스트(Currywurst) : 카레나 케찹을 뿌려먹는 구운 소시지 요리

이승재 기자 nomadicsoul@yonsei.ac.kr

자료사진 플래툰 쿤스트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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