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서 34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리면 시민들의 종합문화공간이 펼쳐진다. 언뜻 보면 평범한 대학교 캠퍼스 같지만 앞뒤로 경관이 뛰어난 산과 호수가 펼쳐지는 이 곳, 바로 매지캠퍼스(아래 매지캠)다.

‘학교가 시민들의 공원으로 이용된다’. 먼 외국대학만의 사례인 것 같지만 우리대학교 매지캠에서는 낯선 얘기가 아니다. △호수길의 벚꽃과 단풍을 구경하러 온 시민 △학교주최 클래식음악회를 감상하는 시민 △연세 스포츠센터,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시민 △뒷산을 등산하는 시민 △학교 내 무궁화공원, 미래동산에서 휴식하는 시민 △노천극장 주변 숲으로 소풍 온 시민들이 매지캠퍼스를 채우고 있다.

“잠자리도 잡고 동생이랑 놀 수 있어서 참 좋아요.” 김현식(9)군은 매지캠에 놀러와 이렇게 말했다. 김군은 한 달에 한 번씩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노천극장주변, 운동장으로 나들이를 오곤 한다. 김병해(45)씨는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러 온다”며 “경관이 아름답고 원주시내에 이런 공간이 드물다”고 말했다.

또한 매지캠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 호수길은 학생들에게 ‘키스로드’로 유명할 정도로 원주시내 연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된지 오래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소유진(임상병리·08)씨는 “자주 오는 편이다”며 “특히 벚꽃 필 때는 연인들의 장소로 제격이다.”고 말했다. 김아무개(정경경영·03)씨는 “밤에 후레쉬를 들고 호수길로 가 이곳저곳을 비춘 적이 있었다”며 “그 때 군데군데 앉아 키스를 하는 연인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고 자신의 재밌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처럼 매지캠은 원주 내 가족, 연인 단위의 나들이 장소로 이미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러한 나들이 장소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문화생활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클래식음악회, 연세 스포츠센터가 이에 해당된다.

우리대학교 대학교회에서는 학교 주최로 정기적인 클래식 음악회가 열린다. 이 클래식음악회는 문화행사가 부족한 원주시에서 시민들이 감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음악회다. 지난 2009학년도 1학기 때도 총 4회의 음악회가 있었다. 이한나 오르간 독주회, 최승태 독창회 등 매번 400~500명의 관객이 관람했는데 많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음악회를 담당하는 대외협력부 왕정일 부장은 “다음 학기에도 매월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을 선별 초청하여 음악회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스포츠센터 또한 시민들의 공간으로 애용된다. 스포츠센터 수영장을 즐겨 이용하는 김도현(38)씨는 “수질과 시설이 매우 좋다”며 “1주일에 1~2번 정도 찾아 온다”고 말했다. 스포츠센터를 담당하는 이정현 직원은 “매지리 뿐만 아니라 무실동, 단계동, 명륜동 등 원주시 전체에서 시민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교육청에서는 원주시내 초등학교의 수영강좌 장소로 스포츠센터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처럼 매지캠은 지역주민들의 생활공간으로 점차 변모하고 있다. 

물론 매지캠이 처음부터 시민들의 공간으로 이용된 것은 아니다. 호수길의 경우 설립 당시부터 가꾼 것이지만 뒷산 산책로는 지난 1999년, 미래동산은 2000년, 무궁화공원은 2001년, 스포츠센터는 2003년에 만들어졌다. 매지리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김성식(62)씨는 “매지리에 사는 동안 매지캠은 시간이 흐를수록 공원처럼 잘 꾸며졌다”고 말했다.

캠퍼스의 공원화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우리대학교 에서는 ‘레지덴셜 컬리지’를 도입해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주거형 학습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총무처장 윤영로 교수(보과대·신호처리/의료정보)는 “레지덴셜 컬리지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한다”며 “장기적으로 호수길 전체를 도는 길, 나무다리, 조류관찰전망대 등을 만들어 자연생태학습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시민들의 공간으로 발돋움한 매지캠은 지역사회와도 연계해 공원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원주시청 공원담당 이정혜 직원은 “원주시내에서 매지캠은 공원으로서의 역할이 크다”며 “현재 등산로조성과 운동기구 비치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지캠은 대학생들의 문화공간이라는 본래의 역할과 더불어 지역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주변 학교와 비교해도 놀랄만한 성과다. 윤차영(42)씨는 “시설이 열악하고 경관이 덜 아름다운 주변학교에 비해 이용하기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이야말로 매지캠이 지향하는 방향일 것이다.         

글 이경후 기자 khleekorea@yonsei.ac.kr
사진  추상훈 기자 wansona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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