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으로 전락할 뻔 했다가 시민의 힘으로 되찾은 난지도 지역, 야생동물 머무는‘생태의 보고’로 발돋움해

사계절 중 여름에는 해가 길어 노을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어둠이 내려앉는 느즈막한 저녁, 서쪽하늘을 붉게 태우는 아름다운 광경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지난 2008년 11월 상암 월드컵공원 내에 개장한 노을공원은 서울시내에서 노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노을공원은 월드컵공원 내에 함께 위치한 하늘공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하지만 그 때문에 한적하고 여유 있는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어 하늘공원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탁 트인 초록빛 언덕은 무채색 도심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청량하게 한다.

쓰레기매립지에서 친환경 공원까지

그러나 노을공원이 처음부터 아름다운 환경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78년부터 공원이 생기기 전까지 노을공원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지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 15년간 축적된 쓰레기 더미로 난지도에는 해발 95m의 쓰레기 언덕이 생겼다. 또한 적재된 쓰레기가 썩으면서 한강의 수질과 대기가 오염됐고 근처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됐다. 월드컵공원관리사업소 이종린 팀장은 “쓰레기매립지 시절에 이 곳 월드컵공원은 그저 쓰레기 더미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상암동에 거주하고 있는 전유신(60)씨도 “굉장히 낙후된 지역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시에서는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버려진 땅’ 난지도를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되살리는 ‘난지도 안정화사업’을 시행했다. 사업의 시작으로 지난 1993년부터 난지도 내 쓰레기 반입을 전면 중단시켰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난지도

쓰레기 반입 중단 후 난지도는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고 자연 생태계가 이뤄지면서 서서히 회복됐다. 서울시는 지난 1996년부터 난지도 쓰레기매립지를 자연친화적으로 재생해, 시민들을 위한 대규모 미래지향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애초의 의도와 달리 난지도에는 느닷없이 9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게 됐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난지도 일대 자연이 다시 파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수많은 시민들과 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을 포함한 44개의 시민단체가 연합해 ‘난지도 시민연대’를 결성했다.

난지도 시민연대는 난지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단체 공동 토론회, 100일 서명운동, 기자회견등을 열었으며 골프장 체육시설업 등록 거부 취소관련 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이같은 8년간의 꾸준한 노력 끝에 결국 지난 2008년, 서울시로부터 골프장을 철거하고 가족공원으로 회복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이강오 사무처장은 “생태적으로 복원된 난지도를 인위적인 골프장으로 만들려는 잘못된 정책결정을 시민의 힘으로 되돌렸다”며 “노을공원은 우리에게 엄청난 학습효과를 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출사지로 가끔씩 노을공원을 찾는다는 이승민(29)씨는 “골프장은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돼 있지만 공원은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생태·조각공원으로 거듭나다

노을공원은 월드컵공원 단지 내의 여러 공원들과 같이 생태적으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한 때 쓰레기매립지로 아무도 찾지 않던 이곳은 여름철새, 텃새들이 번식을 하고 겨울철새 및 나그네새들이 찾아오는 하나의 생태계로 변했다. 이 사무처장은 “노을공원에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와 멸종위기야생동물인 맹꽁이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자칫 소수 어른들의 욕심에 의해 사라질 뻔한 생태공원이 시민의 힘으로 지켜진 것은 유사한 개발 사업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7월말 노을공원은 조각작품 10개를 전시하며 조각공원의 면모도 갖췄다. 이종린 팀장은 “조각전시 외에도 시민들이 노을공원을 찾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 노을공원 가족캠프가 진행됐으며 오는 9월 19~20일에는 ‘노을공원 락 콘서트’가 열린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행사들이 기획돼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노을공원은 우리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그냥 보내기 아쉽다면 이번 주말에는 연인, 가족과 함께 노을공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 김혜진 기자 2every1@yonsei.ac.kr
자료사진  월드컵공원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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