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교육 미흡으로 많은 학생들이 피해보고 있어, 교육과정 필요

김아무개(19)군은 지난 2007년에 여름방학에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구두로 시급 4천300원으로 계약했지만, 월급날이 되자 계산했던 것보다 월급이 적게 나왔다. 시급 3천500원으로 계산됐기 때문이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노무사의 도움으로 시급 3천800원으로 계산된 월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청소년을 얕보고 있다는 생각에 속이 상했다.

지난 2009년 통계청이 발표한 청소년(15~24세)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청소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6.3%이며, 이 중 15~19세는 6.5%, 20~24세는 50.1%로 나타났다. 이처럼 20세 이상 청소년의 반 이상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현실에서 노동교육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노동부의 2000~2007년 자료에 의하면 청소년 아르바이트 업체 중 노동법을 위반한 업체는 2000년 26%에서 2003년 47%, 2007년 68.3%를 기록하는 등 증가하는 추세다. 최성민(19)군은 “밤 10시 이후 근무할 때 1.5배 수당을 받게 돼 있는데, 이를 몰라 피해를 봤었다”며 “이러한 사항은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않아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가며 배웠다”고 말했다.

초중고 교육과정부터 일반적인 노동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경영자측에서도 이미 공감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 열린 ‘국민 기초 노동교육 심포지엄’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경제연구원 이승길 노동법제실장은 “우리나라 노동문제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 ‘노사분쟁 차원’이 아닌 ‘노동발전 차원’에서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 교육과정은 미흡하기만 하다. 인문계와 실업계에서 국민공통교육과정으로 배우는 사회과목은 ‘노사갈등 내용’만 미비하게 기술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법과사회 과목은 미성년자와 근로기준법, 근로자의 권리와 의무, 근로관계법 등의 내용을 통해 노동인권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지만 일반계 학생의 선택과목으로 일부에게 교육될 뿐 자연계 학생들은 배울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이에 대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이수정 노무사는 “정규과정에 노동교육이 포함돼야 하며 최소한 전문고교부터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 사무국장을 맡았던 신성호 교사는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는 다양한 계층의 논의과정을 거쳐 교육과정을 수립·평가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다. 신교사는 노조측에서 교육을 하면 노동자 측에 편향된 교육을 하게 되고, 사용자 측에서 교육을 하면 사용자 측에 편향된 교육을 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신교사는 “여러 계층의 의견을 받아 합의된 교과서를 만들어 노동자와 경영자 측의 입장에 모두 서 볼 수 있게 교육한다면, 학생들이 균형잡힌 시선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소년노동인권에 대한 정책은 오히려 관심 밖의 사항이 되고 있다. 이 노무사는 “2006년에 개정된 현장실습제도가 2009년 이명박 정권 들어 사실상 개정 이전으로 후퇴했다”고 말했다. 청소년 노동인권측면에서 전보다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노무사는 “우리나라에는 노동자 알러지가 있다”며 “학부모들은 자식들을 다 전문직 근로자로 성장시키려고 하지만 전문직 근로자도 노동자다”며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모든 대학생은 잠재적으로 경영자가 되거나 노동자가 된다. 대학생이 된 20대들이 청소년 시기의 노동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인이 된 학생들이 사회에서 부당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청소년시기에 체계적인 노동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허찬회 기자 ganapat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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