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인이 한 견해에 몰입하면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골라보게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 주변에서 아고라나 인터넷 광장을 통해 여론몰이가 일어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타살설 논란이 있다. 네티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도한 한 일간지의 기사 입력 일시가 서거 날짜보다 이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네티즌들은 급속히 의혹을 품고 분노의 감정을 공유하게 돼 노무현 전 대통령 타살설은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공론화되기 이르렀다.

다른 예로 황우석 사태가 있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의 연구 업적을 위해서 실험 결과를 조작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그러나 그의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실렸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한 명의 영웅이 탄생된 것 같은 국가적 분위기 속에서 진실이 묻혀버렸다. 연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매국노 또는 반역자 취급을 받았다.

위의 사건들은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구스타브 르 봉이 그의 저서 『군중심리』에서 “군중은 결코 진실을 갈망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을 시험하지 않을 증거들은 외면하지만, 자신들을 유혹하는 오류들이라면 무조건 존경하고 신성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언급한 바를 떠올리게 한다.

온라인뿐만 아니다 

이렇게 인터넷 광장에서 수렴된 여론은 위험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한 집권자의 정치권력이 국민의 정치생활은 물론, 경제·사회·문화생활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 걸쳐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통제를 가하는 것이 전체주의라면 온라인에서는 인터넷 여론이 하나의 권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험성은 오로지 가상공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19세기 말 유태인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는 군사기밀을 독일에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그의 혐의를 증명할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으나 그는 당시 프랑스에 만연했던 반유대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유배됐다. 그 후 진범이 드러났지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소설가 에밀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발표해 프랑스 사회에 파란을 일으키고 나서야 드레퓌스 대위는 무죄로 풀려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군중의 선택에 의해 진실이 묻혀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줬다는 점뿐만 아니라 여론몰이가 현실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합법적 절차에 의해 집권한 나치당은 라디오라는 새로운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민중을 결집하는데 성공한다. 나치당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가 남긴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나치당이 어떻게 대중을 선동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대인 ‘속 ’의 군중심리

전체주의적 파행은 비단 역사속의 문제만이 아니다. 유럽연합의 학자들이 광장의 의미에 대해 조사한 책 『광장』에서는 광장을 ‘군중과 고독의 장소’라고 정의한다. 흔히 ‘군중 속의 고독’으로 일컬어지는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독감은 구스타브 르 봉이 정의한 ‘군중심리’의 ‘싹’이 된다. 이 고독감은 외부 요소를 의식해 본능을 숨기면서 생기는 지극히 피동적인 감정이다. 즉, 현대인들은 여러 본능적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억누르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들의 잠재적 군중심리를 자극하고 이용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환상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그들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는 르 봉의 말대로, 고독한 현대인들은 언제든지 나치즘이나 파시즘의 동조자가 될 수 있다.

최근 광우병 파동, 용산 철거민 참사,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인터넷 아고라로, 광장으로 군중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금 서울광장으로 향하고 있는 당신도, 당신의 생각이 능동적으로 내린 판단인지 현실을 마주할 때다. 

김 연 기자 periodistayeon@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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