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커리큘럼, 갑작스런 송도 이전에 학생들 불만 높아

독립건물이 없는 UIC는 새천년관 일부를 강의실과 자치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내에서 국제화를 이룩하겠다는 ‘인바운드 국제화’를 기치로 내세워 이목이 집중됐던 언더우드 국제대학(아래 UIC). 출범한 지 4년이 된 지금, UIC는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오는 2010년 부분개교하는 송도국제화복합단지(아래 송도캠)로 UIC가 2011년 신입생부터 이전된다는 결정 때문이다.

출범 초기부터 ‘소수의 준비된 엘리트만을 위한 전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부터 현재 논의 없이 이뤄진 ‘송도캠 이전’에 이르기까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UIC는 과연 제대로 된 인바운드 국제화를 달성하고 있을까?

  “그 많은 등록금은 어디에?”

UIC의 등록금은 약 714만원(2009학년도 2학기 기준)으로 교내 단과대 등록금 중에서 가장 높다. 이는 인문·사회대의 등록금과 비교했을 때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학교측에서는 명확한 등록금 책정기준이나 사용 내역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불투명한 등록금 책정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학생들이 많다. 재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이 우수 교원 유치, 특별 강연 개최 비용 등에서 비롯된다고 추측할 뿐이다. 이에 UIC 이진우 주임은 “UIC는 소규모 강좌가 많고 교원수도 많은 편”이라며 높은 등록금 책정에 대해 “UIC의 학사, 행정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 자체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몇몇 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의 원인이 ‘외국인 학생들의 장학금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UIC 학부생 전체가 아닌 외국인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종류는 없다. 오히려 외국대학의 교환학생으로 가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해 타 단과대에 비해 UIC의 장학금 수혜율이 더 높은 편이다.

 영어로 수업하면 특성화 수업?

그렇다면 UIC 학생들은 높은 등록금만큼 그에 상응하는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있을까. UIC 재학생은 공통교육과정을 수강한 후 전공수업을 듣게 된다. 모든 과목은 영어로 진행된다. 교수진은 전임교원 10명과 전공책임교수 14명으로 구성되며 전공책임교수는 문과대, 상경대 등의 소속 교수가 겸직하고 있다.

UIC는 학사교육과정에 만족을 표하는 학생들은 △유명 교수의 강의 △20~30명 내외로 이뤄지는 소규모 강의 등을 UIC 학사교육과정의 장점으로 꼽는다. 반면 몇몇 학생들은 외국인 교수 유치와 임용에 있어 다른 단과대와 차별성을 갖는다는 UIC 측의 주장에도 불만을 나타낸다. 정작 수업을 맡은 외국인 교수 비율이 학생들이 기대했던 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다. 각 전공과목의 경우 개설된 14~16개의 과목 중 외국인 교수는 2~3명으로, 담당하는 과목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또한 전공책임교수 중 대부분이 겸직 교수로 학생들이 타단과대 수업과 UIC  수업의 차별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아무개씨는 “전공이나 교양과목 수업자체의 차별성은 영어강의라는 점밖에 없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UIC만의 구별되는 수업운용과 교육수준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아무개씨는 “우수한 교수진은 주로 1학년 공통교육과정 수업에 치중돼있고 전공을 배정받은 후에는 주로 타단과대의 영어강의를 듣는다”며 “UIC 전담 교수의 숫자를 늘리고 우수대학 교육과정 벤치마킹을 확대시키는 등 UIC 위주의 수업을 확장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성식(UIC·09)씨는 “TWR(Thinking, Writing, Research) 시스템 도입 등 UIC에서 특화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보면 타단과대 학생들도 이와 비슷한 교육을 받고 있다”며 “UIC 입학 후 교육에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UIC의 실질적인 교육수준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UIC가 국제대학으로서 아직 보완해야할 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UIC만의 공간 부족

또 다른 문제는 공간 부족이다.  UIC가 신설됐지만 이에 따른 UIC의 건물은 신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간 부족은 개설 초기부터 예상된 문제였다. 현재 UIC 수업은 신과대, 새천년관 강의실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수업동선이 매우 커서 학생들은 쉬는 시간 10분 안에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학생들의 자치공간도 부족하다. 학교에서 마련해준 새천년관의 10평 남짓한 공간은 UIC 학생회의 전용으로 쓰인다. 일반 학생들이 쓰는 자치공간은 신과대 로비 한 켠을 칸막이로 막아 사용하는 것이 전부다. 제대로 된 과·반·동아리방이 전무하다보니 학생 간 교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에 이 주임은 “현재 학내공간이 포화상태라 학교본부로부터 UIC의 배정공간을 많이 못 받았다”며 “교원을 채용해도 연구실 배정도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교원연구실도 백양관과 신과대에 산재돼있다. UIC 학생회장 김동혜(UIC정외·08)씨는 “UIC 독립건물조차 없는 상태에서 자치공간이라 할 만한 공간이 없다”며 “새천년관 지하 1층 공간을 확보해 학생들이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칸막이를 써서 사용해야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하기 어렵다.

지난 2007년 국제학부에서 국제대학으로 승격된 UIC는 엄연히 하나의 단과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UIC의 교육환경도 마찬가지로 한 단계 발전됐다고 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여러 부분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결여된 채 이뤄지는 인바운드 국제화가 우수 인재들을 UIC로 이끌어 올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권소영 기자 serendipity@yonsei.ac.kr
사진 박민석 기자 ddor-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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