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감소로 경영난 예상돼

‘의료대란(大亂), 의료위기’
대란이라 불리울만큼 경제난에 의한 의료계의 현실은 암담하다. 영천의 성베드로 병원과 청량리 성모병원이 화의를 신청했고 그밖에 유수한 대학 병원들조차도 20퍼센트까지 환자가 줄어든 상태이다. 심지어는 수술용 기자재가 없어 수술을 미룬다거나 오줌 주머니 대신 링거병을 사용하는 병원도 있는 실정이다. 이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우리대학교 의료원(아래 의료원)도 그다지 좋은 형편은 아니다.
지난 몇 해동안 의료원에서 들여온 차관은 의료원 재정 악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차관과 고액장비 구입을 위한 리스는 막대한 환차손을 불러와, 경제 악화에 따른 물가인상과 각종 공공요금 인상을 고려할 때 올해 2백40억원의 재정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또한 환율이 1달러당 1천5백원기준으로 산정된 액수여서 앞으로의 환율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수치이다. 게다가 해마다 10퍼센트씩 의료보험수가마저 동결될 것으로 보여 의료원 재정악화를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수도 재정 악화의 변수가 되고 있다. 아직까지 환자수의 큰 변동은 없지만 앞으로 환자수가 감소할 것이라는게 의료원당국의 예상이다. 경제가 악화될수록 예방적 진료인 검사나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의 미용적 진료의 경우 환자수가 크게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의료원당국은 다른 병원에서 초래되고 있는 의료기자재와 약품의 재고부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의료원 기획과장 제정환씨는 “IMF 관리체제가 시작될 무렵 현금을 동원해 재고확보에 심혈을 기울여 현재는 항목별로 2개월에서 5개월까지의 재고를 비축하고 있는 상태”라며 아직까지는 그다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더이상의 시설투자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개교기념일에 맞춰 착공하려던 지상 21층 규모의 세브란스 병원신축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이며 영동세브란스 병원 주차장 등 다른 시설투자도 현재로서는 유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의료원은 경영위기대책총괄위원회(위원장 한동관 의료원장)를 설치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재배치로 더이상의 증원이나 충원 없이 기존 직원들의 효율적인 업무분담을 꾀하고 있다. 또한 인센티브제를 도입, 실적우수부서에 대해서는 기자재 우선 구입 등 행정적 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교직원의 임금을 동결했던 본교와는 달리 임금 삭감도 요구되는 실정이어서 이를 두고 노조측과 협의 중이다. 기획조정실장 이정복 교수(의과대·피부과학)는 “의료원당국 50퍼센트, 교직원 50퍼센트의 고통분담을 통해 재정 손실을 극복하기로 합의한 상태”라며 “정리해고와 같은 무리한 고통분담을 강요하진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속에서 의료원은 의료서비스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지난 2월 개원한 내시경센터 등 신기술 개발을 통해 다른 병원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 이를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친절과 진료에 편의를 제공해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원이 구조조정과 서비스 개선으로 거듭나 경제 위기를 이겨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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