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비가렐로의 『깨끗함과 더러움』에서 만나는 청결과 위생의 문화사

“겨드랑이에서 나는 책 냄새 비슷한 악취를 없애려면 피부를 장미다발로 문질러야 한다”

이는 16세기에 위생에 관해 쓰인 서적에서 몸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권고한 사항이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사람들은 땀으로 인한 끈적임, 냄새 등을 제거하기 위해 샤워를 더 자주하고 옷도 더 자주 갈아입는다. 이러한 활동 전반은 바로 우리가 ‘청결’이라고 칭하는 개념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늘날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청결’이라는 개념은 이전부터 유지돼 온 것일까? 조르주 비가렐로의 『깨끗함과 더러움』을 통해 청결과 위생 개념의 변천에 대해 알아보자.

위험한 물, 위생의 암흑기

오늘날 신체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수단은 ‘물’이다. 그러나 중세시대부터 17세기까지만 해도 물을 신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물질이었다. 사람의 피부는 수많은 구멍들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사물에 쉽게 침투할 수 있는 물이나 증기는 그 구멍으로 들어와 전염병이나 더러운 물질들을 옮긴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물을 이용하는 목욕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전에도 공중목욕탕은 있었지만 위생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사람들 간의 사교와 유흥, 성적 쾌락을 위한 공간의 성격이 강했다.

“경에게 왕으로서 요청하니, 경은 목욕을 마치고 오늘 하루는 밖으로 나오지 말기를 바라오. 뒤 로랑스도 판단하건대, 만일 그렇게 하면 경의 건강을 해친다고 하오.” 라는 앙리 4세의 명령은 당대 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18세기에 이르러 현대적 위생 관념과 유사한 청결 개념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귀족들을 타도한 부르주아가 지배계층으로 부상하면서 귀족들이 중시했던 외양, 겉치레의 가치가 폄하되고 건강이나 활력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산됐다. 이는 곧 생리학적 청결 개념으로 이어져 깨끗한 몸이나 목욕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의 관념 속에는 ‘위험한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것은 윤리적 문제와도 관련이 있었는데 목욕 시에 느끼는 나른함, 자극이 쾌락을 느끼고자 하는 욕망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부르주아들은 이를 경계하고자 따뜻한 물을 멀리하고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냉욕을 즐겨했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목욕은 현대 생각하는 청결이라는 개념보다 건강, 치료의 효과를 위한 것으로 생각된 것이다. 

시각적 청결에서 위생 개념의 발달까지

중세부터 근세까지 청결관념의 또 다른 특징은 청결이 위생이나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예의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특히 중세 시대의 청결은 시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얼굴이나 손 등 외부로 드러나는 부분의 청결을 유지하는 데만 신경 썼다. 물론 위험한 물 대신 천이나 포도주를 이용했다.

16세기 중엽부터는 청결 유지를 위해 ‘눈부시게 흰’ 내의를 자주 갈아입는 것 풍습이 발달했다. 또 내의의 일부를 외부로 노출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신체의 보이지 않는 부분도 흰 내의처럼 청결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였다. 여전히 깨끗함, 청결은 시각과 관련을 맺고 있었다. 그러나 몸과 직접 닿는 내의를 갈아입는 풍습은 청결 관념이 시각을 넘어서 촉각, 전신의 감각으로 확장된 것을 보여준다. 머리분과 향수는 청결을 유지하는 또 다른 수단이었는데, 이것 역시 좋은 향기라는 외양을 공기 정화라는 실제적 효과와 연결 지은 대표적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세기에 파스퇴르가 세균을 발견하면서 청결 관념은 시각의 범위를 초월한 부분까지 확대된다. 사람들은 이 때들어 피부가 모공을 통해 직접 호흡을 하고 그 위에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세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 비누와 물을 사용하여 자주 몸을 씻어내게 됐다. 단순한 외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씻지 않았을 때 자기 스스로 느끼는 불쾌한 감정, 내적인 감각 때문에 몸을 씻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청결의 역사는 과학의 역사?

이처럼 청결 관념은 역사를 통해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 가장 은밀한 부분으로, 시각에서 전신 감각으로 확장되어왔다. 매일매일 샤워를 하면서도 향수를 뿌리고 또 옷을 깨끗이 빨아 입는 현대인의 습관에는 과거에 단편적으로 존재했던 청결 관념이 혼재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너무 자주 씻는 것이 몸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도리어 건강을 해친다는 과학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현대의 위생관념은 도리어 개인의 내적 감각에 지나치게 초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청결’개념을 논함에 있어 어느 시대에나 공통적인 것은 과학 분야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청결이나 위생 관념이 결국 사회와 문화적으로 합리화 된 산물들 중 하나라는 것이다.

김규민 기자 memyself_i@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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