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서로 온 나라가 슬픔과 충격의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고 정부가 PSI 가입을 전격적으로 선언하면서 한반도정세가 불안하고, 경제위기가 국민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도 여전하다. 노 전대통령의 국민장이 마무리되면서 추도분위기 속에 지양되었던 정치공방이 재개될 전망이다. 특히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결과에 대해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한편으로 입법전쟁의 대상인 미디어법의 해결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새로이 원내대표를 개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장례정국과 북핵사태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 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대통령중심제 정부형태의 변경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른바 개헌론의 빌미로 장례정국의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불행은 대통령의 권한과 지위에 관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의회민주주의의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국회의 무능에 그 일차적 책임이 있다. 현행 정부형태하에서도 법치주의의 원칙에 따라 국정은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하여 국가의 구체적인 정책을 법률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통령의 권한은 이러한 법률을 국민을 대표하여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의회민주주의는 집행권에 대한 국회의 일상적 통제를 통해 권력의 부패와 실정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오랜 독재의 경험이 남긴 유산은 정국의 중심에 국회가 서지 못하고 집행기관에 불과한 대통령에게 절대권력과 무한책임을 묻는 비효율과 정치불안을 일상화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수립이후 경제위기 등으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도 선거를 의식한 언론계재편이나 공안통치만이 두드러지게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최근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을 금지하는 입법론이 하나의 해프닝에 그치고 만 것도 의회민주주의의 부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과도한 사교육문제는 온 국민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하는 현안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는 최우선과제로 교육정책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만 어설픈 입법 해프닝으로 오히려 국민을 혼동시키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는 국민들이 학원측의 로비에 국회의원들이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입법권과 행정권 등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권력 가운데에서도 입법권과 국정통제권을 가지는 국회가 제대로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공공복리에 기여하는 정책을 마련해내지 못할 때 민주주의는 퇴행할 수밖에 없다. 국민대표기관인 국회는 애꿎은 제도타령이나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정을 생산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진정한 국민대표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