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점가에는 ‘대한민국 20대’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자기계발서들이 봇물을 이뤄 청년세대들의 불안감을 드러낸다. 이런 상황에서 구직자들이 취업할 때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지난 5월 17일 발표한 ‘서울시 청년실업의 실태와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구직자 3천98명 중 44%가 ‘직장의 안정성’을 직업 선택의 중요 기준으로 꼽았다. ‘보수’(43%)와 ‘장래 발전 가능성’(39%)이 뒤를 이었다.(복수응답)
20년 간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취업상담을 했던 국학연구원 김준성 과장은 “1980년대 초반에는 기업들이 동시에 몇천명을 채용했기 때문에 연세대 학생들이라면 직장을 골라갈 수 있었지만 요즘은 다양한 능력을 평가한다”며 “이제는 회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직무, 직종, 커리어에서 시작하는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초점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노동의 질’이 높은 직종을 선택하기 위해 직업적 전문성을 갖출 것을 당부했는데, 이 경우의 전문성은 자신이 정한 커리어 컨셉과 관련되는 것으로 학점, 토익점수, 공모전 등의 ‘스펙’과는 구분된다.
문제는 기업의 전문성 기준이다. (주)농심 인사팀 과장 안종명씨는 “학생들이 시각을 높게 두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큰 회사를 선호하는 것 외에 원하는 직종도 치우쳐있고 전공에 무관하게 마케팅이나 기획관리 쪽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외형적 회사규모에 얽매이지 말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직무를 골라야 한다”며 “마케팅이나 기획관리 쪽이라면 상경계열 전공자들이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인문이나 사회과학 등의 전공자는 어떻겠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영업쪽은 범용적으로 활용되므로 어떤 전공자라도 상관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입시생들은 대학에 들어올 때 전공보다는 학교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학벌’이 여전히 취업당락을 결정하는 주요 요건이라는 생각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전공이 꼭 본인들이 하고 싶은 직무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구인난을 대학졸업생들의 취업 눈높이 조절로 해결하라는 주장은 어떨까. 김 과장은 “중소기업이라고 대기업에 비해 직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에만 집착하면 좋은 기업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및 LCD용 생산 전문업체인 (주)동진쎄미켐 경영전략팀 사원 김한민(30)씨는 “연봉이나 비전을 생각해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을 이해는 하나 전체인력대비 수요가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직장같은 중견기업에서도 기술배우는 것은 다를 바가 없으니 내실있는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에 맞는 중소기업을 찾는 것은 힘들고, 기본적인 업무조건이 보장된 곳은 대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가 남는다.

백지원 기자 kaleidoscope@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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