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취업난에도 연세인들의 취업 눈높이는 여전히 높아

지난 5월 27~28일 공학원 1층 로비에서는 ‘2009 연세 청년직장체험박람회(아래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계속된 취업난으로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인지라 영어공부와 인턴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취업박람회장은 북적대지 않았다. 그나마 상담을 하러 온 학생들도 LG전자나 넥슨과 같은 대기업 부스 앞에서만 서성였다. 

 우리대학교 홈페이지에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2008년 졸업생 4천169명 중 2천275명이 취업했고 894명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재학생 대비 취업자의 비율은 54%로 각각 62%, 57%를 넘은 고려대와 서강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취업 외에도 국가고시나 대학원 진학 등 다양한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정고시를 준비할 계획이라는 임주성(전기전자?05)씨는 “대학원이나 CPA, 변리사시험 등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취업이 어려워 취업전선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원(생물?03)씨도 “전문직을 갖고 싶어 취업대신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대학원 진학이나 국가고시를 통해 보다 나은 조건의 직장을 원하고 있다.

취업눈높이, 하늘까지 닿겠네

 취업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은 자신의 ‘눈높이’를 고민하게 된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눈높이를 낮춰 취업에 성공한 사례들이 전해졌고, 직장을 구하기 위해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문구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취업 눈높이는 여전히 높다. 학생복지처 취업진로지원과 이혜옥 주임은 “학생들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이나 금융권 위주의 취업을 원한다”며 “상위권 대학 출신이라는 자부심도 있고 학생들의 역량 또한 높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학생복지처 취업진로지원과 오영민 주임도 “대기업일수록 근무환경과 여건이 좋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선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회관 2층 ‘취업정보실’ 앞에서 만난 경영학과 4학년의 한 학생은 “초봉으로 연봉 4천만 원 정도를 원하며 당연히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선호한다”며 “그 정도는 받아야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대기업일수록 자아실현의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친구들이 대기업에 많이 가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소신으로 중소기업을 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위 ‘명문대’ 학생들은 자신의 학벌이 메리트가 될 수 있는 직업을 원한다. 자신의 학력을 인정받으면서 능력을  더 키울 수 있는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나 연대 나온 사람이야

 취업이 어려운데도 연세인들의 취업 눈높이가 변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취업진로지원과의 이 주임은 “학생들은 눈높이를 낮춰 취직 했다는 것을 밝히기 꺼려한다”며 “다른 학생과 비교되는 것을 싫어하고, 실망한 듯한 주변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를 나와서 중소기업에 취직했다고 하면 대학 나온 ‘제 값’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따라서 당연히 대기업에 취직해야한다는 생각이 학생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담감으로 인해 학생들은 쉽사리 시선을 아래로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임씨는 “학생들이 1~2년 후면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로 눈높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심지어 휴학까지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연봉보다 더 중요한 어떤 것
 
 경제가 어렵다고 뉴스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대학생들의 콧대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고연봉이 보장된 대기업만 원하는 것은 아니다. 최지수(정외?08)씨는 “기업의 이름, 고연봉보다 정해진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을 우선시 한다”며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 외부적 요소가 아닌 능력으로 제한 없이 일할 수 있는 곳을 원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 업무능력과 관계없이 임신이나 육아 등으로 인해 해고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 직장을 선택하겠다는 대답이었다. 또한 자기 계발을 중요시하는 학생도 있었다. 정기적인 휴가가 보장 돼 틈틈이 취미활동이나 개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싶다며 이를 보장해 준다면 기업의 크기나 명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할 곳은 많고 일할 사람 역시 필요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엔 취업‘준비’생이 가득하다. 고학력자인 고급 인력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인력낭비며 국가에도 큰 손실을 미치게 된다. 갑자기 눈높이를 확 내리는 건 어렵겠지만 눈을 크게 떠 좀 더 시야를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 눈이 높다고 많이 볼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유수진 기자 ussu@yonsei.ac.kr
사진 추유진 기자 babyazaz@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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