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교육·08)씨는 전공지도교수의 덕을 톡톡히 봤다. 전공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없어 고민하던 차에 게시판에 붙은 전공지도교수 배정 명단을 보고 찾아가 도움을 얻은 것이다. 이씨는 “질문하는 것 외에 외부활동 등 교수님이 먼저 알려주시는 정보도 많다”며 “교수님 한 분 당 학생 20명 정도로 개인별 특성에 맞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대학교에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이나 진로 등과 관련해 교수님과 상담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지도교수제도가 있다. 학부대학에선 학사지도교수가, 이후 전공을 배정받으면 해당 전공지도교수가 자신의 지도교수가 된다.

아는 사람만 아는 학사지도교수

학사지도교수는 전공·진로 설명회나 책자 등을 통해 학부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수강지도 △학업지도 △대학생활 등에 대한 학사지도를 진행한다. 동시에 학생 개개인이 학사지도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학부대학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개별 면담을 할 수 있다. 학부대학에선 학기당 두 번 이상 학사지도교수와 면담을 통한 학사지도를 받도록 장려하고 있다. 학부대학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2학년도부터 2007학년도까지 학생 1명당 면담 횟수는 평균 3.7회다. 그러나 이는 학사지도교수 제도를 많이 이용하는 몇몇 학생들에 의한 누적치가 반영된 것이어서, 면담을 아예 이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더 많다. 나정은 학사지도교수(학부대·공학계열)는 “적극적인 학생들도 많은 반면 학사지도교수를 한 번도 만나지 않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학사지도교수와의 면담을 권장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학사지도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수백 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현재 공학계열의 경우 978명의 학생을 3명의 학사지도교수가 담당하고 있고, 인문계열은 617명을 3명의 교수가 담당하는 등 학생 수에 비해 교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2008학년도 학사지도교수는 16명으로, 교수 수 부족에 따른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돼 왔다. 하지만 2009학년도엔 이마저도 11명으로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학사지도교수와 학생 개개인이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계열 학생수  지도 교수 

지도 교수 1명 당  학생수

 자유전공학부  149  2  74.5
 인문학부  617  3  205.6
 외문학부
 상경계열  314  3  104.6
 경영계열  401  4  100
 자연과학부  338  1  338
 간호
 화공생명공학부  973  3  314.3
 전기전자공학부
 건축도시공학부
 공학부
 신학계열  50  1  50
 사회과학계열  395  2  187.5
 언론학부
 생명과학공학부  327  1  327
 생활과학부

관심분야 다르고 홍보도 없고

그나마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사지도교수 제도는 매달 학사정보와 관련한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홍보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반면 전공지도교수 제도는 홍보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전공지도교수는 연세포탈(http://portal.yonsei.ac.kr)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전공지도교수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공지도교수 제도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는 이씨도 “주변에 전공지도교수를 만나봤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 “보다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갖춰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공지도교수가 임의로 정해진다는 점도 문제다. 전공을 배정받은 학생들은 관심 있는 세부전공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과에선 학번이나 이름에 따라 전공지도교수를 임의로 배정한다. 관심 분야가 일치하지 않는 전공지도교수를 배정받을 경우 사실상 구체적인 진로나 세부전공분야에 대한 조언을 얻기 어렵다.

원하는 교수님을 선택할 수 있다?

경영대에선 이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지난 2008학년도부터 ‘쌍방향 지도교수제’를 도입했다. 쌍방향 지도교수제는 교수의 관심분야를 보고 학생들이 원하는 교수를 선착순으로 신청하는 제도다. 경영대학 사무실 관계자는 “임의로 지도교수를 배정했던 것과 달리 적은 수의 학생들이 원하는 교수님에게 지도를 받다보니 학생들 간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학기부터 쌍방향 지도교수제에 참여하는 최원욱 교수(경영대·회계학)는 “이전에는 추천서만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쌍방향 지도교수제를 시행한 이후에는 상담신청을 하는 학생 수가 크게 늘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원경(경영·08)씨는 “관심분야가 비슷한 교수님을 직접 선택한다는 점이 좋다”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심사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교수의 재량이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지 않으면 원하는 교수를 선택하는 데 제약이 있다. 또한 기존의 전공지도교수제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참여 없이는 이를 활성화시킬 방안이 없다는 것이 한계로 남아있다.

지도교수는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에 관련된 정보를 알려줄 뿐 아니라 진로나 개인적인 고민까지도 상담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수백 명에 이르고, 전적으로 학생들의 참여의지에 달려 있어 지도교수와의 관계 형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교수님과 인생 선배로서, 조언자로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현재의 지도교수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황이랑 기자 oopshuck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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