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음악동아리 R.Y.U’

“오늘 밤에 나랑 같이 놀아줄 이쁜이를 찾고 있어~ 오늘 밤에 나랑 같이 놀아줄 멋쟁이를 찾고 있어~♬” 지난 13일 저녁 6시 40분 백양로 삼거리가 들썩였다. 신나는 비트에 순식간에 모여든 관객들은 한 손을 들고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에 화답하듯 무대에서는 몸을 절로 움직이게 하는 랩과 풍부한 보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대학교 흑인 음악 동아리인 'R.Y.U(Rap in the Yonsei University)'의 무대였다.

R.Y.U는 지난 2000년 10월에 만들어졌다. 처음엔 15명으로 시작한 이곳은 현재 활동하는 구성원 수만 40명에 이를 정도다. R.Y.U는 매년 대동제와 정기공연, 방학 중에 있는 합동 공연 등 4번 이상의 공연을 한다. 팀원은 가수, 랩퍼, 음원 프로듀서, 비트박서, 디제이로 이뤄진다. 공연에서는 대부분 이들이 함께 만든 창작곡으로 무대를 꾸린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R.Y.U에게 이번 공연은 더욱 특별하다. R.Y.U 회장 최문석(화공생명공학부·08)씨는 “의미 있는 해이니만큼 R.Y.U의 모토인 ‘흑인음악을 모든 이들에게 알리자’를 실천해 흑인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곡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동제 공연에서는 R.Y.U는 댄스 힙합풍의 ‘실루엣 댄스’, 한국 힙합의 느낌이 강한 'Music is mine pt2', 미국식의 하드코어 힙합인 ‘뒷골목’ 등 다양한 분위기의 여섯곡의 음악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에서 보컬과 랩을 맡은 양세희(생활과학계열·08)씨는 R.Y.U에 대해 묻자  “R.Y.U는 음악을 즐기고 음악에 대한 진지한 열정이 있는 이들이 모인 곳”이라고 답했다.

R.Y.U의 연습 과정은 무대보다도 뜨겁다. 평소에는 동아리원끼리 서로 농담을 하며 즐거운 분위기지만, 공연에 올라갈 곡을 선정하는 오디션 때에는 치열하고 냉정한 평가가 오고갔다. 곡에 대한 열정도 넘쳐서 공연할 팀이 정해지자마자 곡을 모두 완성해 커뮤니티에 올린 팀원도 있었다.

동아리방이 없기 때문에 연습 공간이 마땅치 않았던 그들은 학관 자판기 스위치에 엠프를 설치하고 연습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공연을 준비하던 어느 일요일 밤의 일이다. 회장 최씨는 “연습하기 질리고 힘들어도 음악 속 리듬의 쿵쿵거림을 들으면 또다시 랩을 할 맛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디어 대동제가 시작되는 수요일, R.Y.U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무대를 여는 때가 다가왔다. 무대에 오르기 전 다같이 모여 파이팅을 한 후 첫 곡인 'Shoulda let you go'의 공연을 위해 여자 보컬 두 명이 무대에 올랐다. “다들 이리로 빨리 오세요, 저희 공연 시작합니다!”라는 그들의 외침과 함께 관객과 함께하는 열정적인 무대가 시작됐다.

주어진 공연시간은 단 20분이었다. 멘트도 없이 여섯 곡의 음악이 쉴 틈이 없이 진행됐다. 관객들은 곡이 시작되는 중간에 랩퍼의 이름을 외치기도 하고 몸을 흔들며 호응하기도 했다. 이런 관객의 반응에 랩퍼들은 공연이 끝나갈 무렵 ‘뒷골목’이라는 곡에서 “공연 잘했어”, “열심히 했어”라는 프리스타일의 랩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공연을 관람한 김승채(인문학부·09)씨는 “아마추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신나는 무대였다”고 말했다. 신나는 음악과 리듬, 그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흑인 음악에 대한 그들의 진지한 열정이었다. 관객들이 그들의 음악으로 몸을 전율하는 순간에도 ‘난 아직 기분이 안나 이 밤을 즐기기엔 모자라지’라고 말하는 R.Y.U. 그들과 즐길 준비가 된 당신이라면 지금 바로 "Put your hands up!"    

이지영 기자 saysaylove@yonsei.ac.kr

사진 구민정 기자 so_coo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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