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선악의 저편』을 통해 바라본 파울로 코엘료의 『악마와 미스 프랭』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러다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선악의 저편』 중에서

- 『선악의 저편』 중에서

“얘야, 너는 결국 내가 전에 권한 대로 하게 될 거야. 난 다른건 몰라도 이것만은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단다. 삶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지. 모든 것은 우리가 삶을 살아내는 방식에 달려 있어.”
 - 『악마와 미스프랭』 중에서

영화 『다크나이트』는 배트맨, 조커 그리고 하비 덴트라는 세 인물을 통해 인간의 선과 악의 모호한 구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인간의 선과 악 그리고 그것을 구분 짓는 도덕기준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주제다.

이러한 도덕기준에 대해 프레드리히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선과 악을 소재로 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악마와 미스 프랭』을 바라본다.

도덕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인간의 도덕성에 대해 동양에서는 성선설과 성악설이 그 근간을 이루며 대치해왔고, 서양에서는 중세 크리스트교 사상이 인간 도덕성의 바탕을 이뤘다. 그러나 니체는 도덕의 기준을 ‘개인의 자유정신’이라는 새로운 개념에서 찾았다. 그는 『선악의 저편』에서 종교와 같이 도덕을 강제하는 것은 스스로 만든 법칙에 스스로 예속된 행동을 낳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쓰이는 형식적인 양심으로서의 도덕을 비판했다. 그는 진정한 도덕은 선과 악의 ‘저편’에서, 즉 선과 악을 초월한 자유정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려움으로서의 도덕

『악마와 미스 프랭』에서 한 이방인은 베스코스를 찾는다. 그는 호텔 바의 여종업원 샹탈에게 평화로워 보이는 베스코스 마을을 대상으로 한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실험을 제시한다. 하지만 샹탈은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마을 주민들의 선은 두려움으로서의 도덕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 베스코스의 도덕적인 모습도 니체가 주장한 ‘강제에 의한 도덕’처럼 ‘교수대’라는 처벌을 상징하는 장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이 소설에서 이방인은 자신에 대해 법을 준수하며 사는 선량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가족이 살해되면서 스스로가 선과 악의 도구였다는 모순에 빠진다. 이후 선은 존재하지 않고, 미덕이란 그저 두려움과 공포의 다른 얼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니체의 ‘이웃에 대한 공포’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선’이란, 사람들이 이웃에게 공포를 느끼게 해서 ‘악’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적당히 겸손하는 것을 말한다.

똑같은 얼굴의 선과 악

이방인은 샹탈을 통해 마을 주민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것은 ‘일주일 안에 마을에 사는 누군가가 죽은 채 발견된다면 금괴를 모두 마을 주민들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이 제안을 듣자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는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속내를 밝히기 꺼려하지만 주민회의를 통해‘희생물을 바쳐 마을의 번영을 이끌자’는 결정을 내린다. 베스코스의 평화유지를 위해 교수대라는 장치로 성립된 도덕이, 오히려 금괴라는 공동의 이익을 얻기 위해 한 사람을 죽이는 과정에서 희생된 것이다.

이는 니체의 ‘도덕의 목적이 오직 공동의 보존에 있는 한, 이웃사랑의 도덕은 존재할 수 없다’는 말과 결부된다. 즉 ‘이웃사랑’은 도덕의 영역에서 부차적인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번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베르타 할멈을 처형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샹탈은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처형을 중단시킨다. 그 많은 금괴를 현금으로 바꿀 때 의심받을 수 있고 노파의 처형은 이방인의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바라본 이방인은 선과 악을 결정짓는 것은 자기통제의 문제, 선택의 문제일 뿐 다른 그 무엇도 아니라고 결론짓는다. 결국 니체의 말처럼 도덕이란 선과 악을 떠나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되는 사유 방식인 것이다.

행복을 위한 도덕

시대는 다르지만, 두 책의 저자 니체와 코엘료는 인간의 선과 악과 도덕기준에 대해 같은 생각을 했다. 도덕이라는 개념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삶이 진정으로 도덕적인 삶인가? 코엘료는 영국의 주간지 「선데이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가 천사와 악마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혹은 어떤 의도를 품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나는 선하게 사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서로를 존중하며 살면 삶이 좀 더 즐겁고 편안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마와 미스 프랭』의 베스코스 마을 주민들은 선과 악의 모습을 모두 보였다. 그러나 어쩌면 베스코스에서 이방인이 찾고자 했던 인간의 모습은, 선과 악의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위해 사는 ‘도덕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문해인 기자  fade_away@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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