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적 모임 외에도 취미나 관심사를 중심로도 구성돼, 서로를 이해하는 통로되길 기대

 요즘 대학생들은 학회활동에 활발히 참여한다. ‘학회’라는 단어의 성격이 변해 ‘학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하여 공부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라는 사전적 뜻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목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학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내 학회 중 15~20개 정도가 속해있는 ‘학회연합’에 따르면 “학술적인 세미나를 위주로 활동하는 학회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졌거나 친목을 중시하는 학생들이 모인 학회가 반반정도”라고 한다. 이는 사회가 변화하고 다양해짐에 따라 학회 또한 ‘학술적’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술적인 세미나를 하는 학회들 중 대부분은 전공과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깊게 다루어 전공과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생과대 가족아동학과 내 학회인 ‘소꿉’은 전공공부와 친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기위해 지난 2004년에 만들어졌다. 학회장 박지윤(아동가족·07)씨는 “전공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세미나와 스터디를 하고 종종 공모전에도 참가한다”고 학회활동을 설명했다. 학회원인 김수연(아동가족·07)씨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 중 주제를 하나 정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어 좋다”며 “친구와 선배를 알아 가는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과대 정치외교학과 소속인 ‘정연회’ 역시 이와 비슷하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학 관련 책을 주교재로 선정해 일정부분을 읽고 발제자가 발제문을 만들어 토론을 진행하기 때문에 전공과목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학회장 김성주(정외·04)씨는 “학회가 특정 정치 이념의 본거지였던 과거와 달리 토론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모으고 함께 공부를 할 수 있는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과 크게 관련이 없더라도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학술적 토론을 하는 학회도 있다. 교육대의 ‘배움누리’는 교육학과와 문과대 소속의 학생들이 활동하지만 사회과학 분야를 다룬다. 그 이유에 대해 학회장 성준(교육·08)씨는 “교육학이 타 학문과의 연계가 쉽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전반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며 “타 학문과 사회에 대한 관심 없이 이루어지는 교육학에 대한 논의는 탁상공론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학회’지만 ‘학술적’이지 않은 학회도 있다. 한 예로 공과대에는 ‘영화’를 만드는 학회가 있다. 공학 4반의 'EYE'는 영화에 대해 공부하고 실제로 영화를 찍는 학회로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학기 초엔 주기적인 세미나를 통해 신입생을 교육하고 한 달 정도의 교육기간이 끝나면 바로 촬영에 들어간다. 1년에 작품을 2개정도 만들어 연말에는 상영회도 연다. 신입생인 정대성(기계공학부·09)씨는 “처음엔 선배들이 권하기도 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세미나에 참가했었다”며 “작년에 찍은 영화를 보니 생각보다 잘 만들어서 계속 참여하게 됐다”고 가입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영화학회가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말에 대해 학회장 이석준(기계·08)씨는 “공대 내에서의 학회는 학술적이라기보다는 반에서 활동하는 동아리정도의 의미”라며 “심지어 축구학회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대에도 같은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있다. 'YIG'라는 재무학회는 ‘같이 가치투자’라는 기치 아래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효율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가입을 원하는 학생은 면접을 본 후 스터디 기간에 열심히 활동해야만 정식 회원이 될 수 있다. 7~8명씩 팀을 나눠 기업분석을 해오면 전체회의를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학회장 김재성(국문·04)씨는 “요즘 학회는 지적호기심 뿐만 아니라 취업을 대비하는 경향이 많다”며 “좀 더 스펙을 쌓아 사회에 나갈 수 있고, 더불어 공부를 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학회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관심사나 취미로 활동하는 학회들이 큰 인기를 끄는 반면 학술적인 학회는 과거에 비해 주춤하고 있다. 학회 ‘시대유감’의 경우 사회현상에 대해 깊이 토론하고 사회활동에도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작년엔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학생으로서 시민들과 함께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은 5명이 안될 정도로 학생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학회장 김재현(사회·06)씨는 “현 사회에 진정으로 관심을 갖고 고민하며, 마음껏 자신의 의견을 펼칠 공간이 없어지고 있다”며 학술적인 토론과 학회들의 사회참여가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걱정했다.

 과거의 학회는 ‘사회운동’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을 수 있었지만, 오늘날의 학회는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다. 각각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고 각자가 활동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회는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같은 학문적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 같은 관심사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사회가 오길 모든 학회원들은 바라고 있다. 다양함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학회가 한 몫 단단히 하길 기대해본다.

유수진 기자 ussu@yonsei.ac.kr
사진 추유진 기자 babyazaz@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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