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갔다 온 남자, 군대 가 있는 남자, 군대 갈 남자

대학에서 남자는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군대 갈 남자, 가 있는 남자, 갔다 온 남자, 안 가는 남자. 이번 대담에서는 카투사로 전역한 ‘갔다 온 남자’ 오철록(영문‧04)씨, 공익요원이기는 하지만 대담 다음날 소집해제 예정으로 아직은 ‘가 있는 남자’인 방현준(경영‧05)씨, 학사장교를 생각하고 있는 ‘갈 남자’ 이해승(전기전자‧08)씨를 초청했다.

사회 만나서 반갑다. 각자 군대 경험이 다른데 그 결정 과정이 궁금하다.

철록 나는 재수를 해서 적어도 1학년 마치고는 갈 생각이었다. 학부시절 영문과에 가려고 했기 때문에 영어도 배울 수 있고 여러 혜택이 많다는 카투사를 신청했다.
현준 공익이 될 줄은 몰랐다. 전공이 영문이었는데 나와 별로 맞지 않아 경영계열로 소속변경을 결심했다. (경영)전공을 받고 가야 불안함이 덜할 것 같아서 2학년 마치고 가게 됐다.

군대 갈 남자 이해승(전기전자·08)씨, 그는 학사장교로 군대를 갈 생각을 하고 있다.

해승 교수가 되고 싶어 유학을 생각 중이다. 공 부 의 흐름이 끊기는 게 싫어 현역으로 갈 생각은 없다. 학사장교는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때 영어 공부를 하면서 유학을 준비할 계획이다. 학사장교가 안되면 국내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산업체에 갈 생각이다.
철록 사촌형이 공대에 다니고 있는데 해승씨와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빨리 갈걸…”하고 후회한다. 군대라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놓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해승 나도 그런 면은 아쉽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교수가 장래희망이라 리더십을 기르고자 하는 것도 있다. 학생을 리드할 때 필요한 리더십을 학사 장교를 하면서 기르고 싶기 때문이다. 장교를 하면서도 현역 군복무 못지않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군대는 사회의 예비과정
사회 군대에서 얻은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방현준(경영·05)씨, 비록 공익근무요원이고 대담 다음날 소집해제 예정이긴 하지만 대담 당시에는 '군대 가 있는 남자'였다.
현준 나는 도서관에서 공익근무를 했었는데 업무를 파악하는 능력이 향상됐다고 느낀다. ‘빠릿빠릿’ 해졌달까. 나중에 어떤 직장에 들어갈 진 잘 모르겠는데 회계작성 같은 것에 익숙해져 직장 생활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대인관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철록 나 역시 군대에서 관계를 어떻게 맺는지 많이 배웠고, 인내심도 많이 키웠다. 이병 때, 구두를 하루에 13시간 닦은 적 있다. 실은 가혹행위고 불법인데 군대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선임병이 20명 넘게 있는데 내가 ‘뒤치닥거리’를 다 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혼난 적도 많다.
인맥 또한 얻었다. 카투사 자체가 연·고대, 서울대, 외국대학 등 고학력들이 많이 온다. 그 때 만난 사람들과 아직까지도 많이 만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 자신을 많이 발전시킬 수 있었다. 카투사에서 쓰던 영어가 영문과 전공에도 많이 도움이 되고 있고, 군에서 일을 하면서 일 자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우기도 했다. 
                                                           체력 역시 기를 수 있었다.

군화와 고무신
▲출처 : 영화 '기다리다 미쳐' 홈페이지
사회 군대에 가면 여자친구 문제는 어떻게 하나. 여자친구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거나 군대에 간다고 해서 헤어진 적은 없나.
현준 입소할 때 우리 부대엔 전체 80명 중 60명 쯤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훈련기간인 4주가 지나니까 40명이 헤어지더라. 아무리 출퇴근하는 공익요원이라도 상대방은 군인이라고 받아들인다. 머리도 짧고 그러니까. 오래가는 커플도 있지만 예외라고 볼 수 있다.
현역은 더 심하다고 한다. ‘일병까지 가면 성공한 것이고 상병까지 가면 기적’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철록 카투사는 휴일이 많아 여자친구를 자주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군대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여자친구 만나려고 근무시간을 바꾸다가 걸려 잘못될 수도 있고 외박에만 매달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리고 여자친구랑 싸우면 하루종일 기분이 나쁜데 군대는 사람 기분 고려해주는 데가 아니다. 기분 조절 못해서 군 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군대 늦게가는 연대생
사회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군대를 늦게 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해승 우리대학교나 소위 명문에 들어오려고 하는 이유 중 사회적 인맥형성이 큰 작용을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학교는 군대를 1학년 때 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인맥을 쌓는다는 목적으로 후배들과 안면을 트고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많이 간다.
현준 학부제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계열생들은 전공이 없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전공을 받고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공을 받기 전에 가면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대학교는 다른 대학교들보다 아카라카, 연고전 등 행사가 많기 때문에 군대 가기 전에 그걸 다 즐기고 가야지 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철록 난 군대를 갔다 와서 공부를 쭉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공부의 흐름이 끊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영문과 전공을 받자마자 군대에 갔다.

연대생은 못가도 행정병?

군대 갔다 온 남자, 오철록(영문·04)씨. 카투사로 군대를 다녀왔다.
사회 우리대학교 학생은 ‘못가도 행정병’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대체복무를 하거나 카 투사, ROTC등으로 군대를 간다.
현준 어느 정도는 맞다. 공익근무에 들어오는 사람은 학력 측면에서 양극단이다. 고도비만인 몇몇을 제외하면 고학력 다음으로 중졸이 많다. 그렇다보니 회계업무, 기한 작성, 통장 정리 등은 고학력자들에게 많이 시킨다. 어쩌다 저학력자들이 이런 일을 하다 실수하면 호되게 혼이 난다. 대놓고 커피를 집어던지기도 하고. 하지만 고학력자가 실수를 하면 ‘모르니까 그런 걸 수도 있지’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해승 아무래도 고학력자들에게는 막 대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철록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카투사는 그런 식으로 학벌에 따른 차별은 없지만 그 이유가 모두 고학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대를 3번 옮겨 통틀어 200명 정도 알고 있는데 명문대 출신이 아닌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미국 대학 출신들도 꽤 있었는데 카투사는 영어만 잘하면 올 수 있으니 그들은 학력과는 딱히 상관없다고 본다.
일반병으로 간 명문대 출신 친구들도 결국은 요리조리 빠져서 별 할 일 없는 행정병으로 가더라.

군기,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사회 군대에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
현준 공익을 ‘봉’으로 본다. 공익을 너무 많이 부려 먹어서 공익이 빠지면 아예 일이 안 돌아 간다. 그렇다고 공익에 대한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욕은 물론, CCTV가 안 보이는 곳에서 때리기도 한다. 잘못하면 혼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격적으로 함부로 대하는 것은 부당하다.
철록 얼마 전 전방에서 일하는 군인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저 밤에 저 총을 들고 북쪽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공감했다. 병사를 병력이라 부른다. 사람 취급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군대라는 제도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해승 군대 환경이 워낙 폐쇄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군기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동병상련일텐데 후임들을 ‘까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철록 나도 이병 때 딱 그 생각을 했는데, 올라가보니까 그렇게 안되더라. 원래 딱딱한 분위기 못 참는 성격인데도 그랬다. 군대는 군대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현준 군기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자유롭게 풀어놓으니까 일을 설렁설렁하더라. 어느 정도 중심축, 즉 군기가 없으면 군대를 비롯한 어느 단체건 모이지도 않고 질서가 없어진다.
철록 그렇다. 그러나 기본적인 질서는 필요하지만 쓸데없는 권위는 없어져야한다.

 

 김방현 기자 magnolia@yonsei.ac.kr
사진 구민정 기자 so_coo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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