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대한 '전략'을 들어보자


2학년들은 느낄 것이다. 동기 남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4~5월은 연고전, 아카라카도 즐겨보고, 새터에서 선배노릇 좀 해본 2학년 남학생들이 군대를 가장 많이 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군대에 가는 시기부터 가는 방법, 지내는 데 필요한 물품 구비에 이르기까지 각자 나름의 ‘전략’을 갖추고 행동하는 이들이 많다.

1. 군대 늦게 가기

법과대의 경우 대부분의 남학생들이 군대를 늦게 간다. 법과대 4반 김형국(법학·08)씨는 “법과대 4반 08학번의 경우 한 명도 군대를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로는 하나같이 사법고시(아래 사시)를 꼽는다. 군대를 일찍 가기보다 좀 더 사시 준비를 한 다음 시험에 통과하고 나면 공익 법무관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군 입대를 미루는 것이다. 여기서 공익 법무관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현역 법무장교 혹은 편입된 보충역으로 법률구조업무 또는 국가소송업무에 3년간 종사하게 한 후 공익근무요원의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는 군대복무제도다.
이종수 교수(법과대·헌법학)는 “공익 법무관이란 제도가 생긴 후 법과대에 군대 늦게 가는 전통이 생겼다”며 “사시를 준비하는데 최소한 1~2년의 시간이 요구되는데 이를 군대 가기 전에 마치고 가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상경대나 경영대에서도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법과대와 비슷한 이유 때문에 군대를 늦게 간다. 공인회계사(아래 CPA)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 각종 ‘고시패스’를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군대 복무 기간 2년은 포기하기 힘든 시간이다.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CPA 공부를 시작한 유기웅(경영·08)씨는 “CPA를 통과하고 나면 경리장교로서 병역 의무를 질 수 있다”며 “경리장교는 40개월이나 복무를 하지만 그 중 절반을 사회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매달 월급을 받을 수 있어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대를 다녀와서 국가고시 준비를 하고 있는 김학영(응통·04)씨는 “각종 시험들의 기준이 바뀌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CPA같은 경우 오는 2011년부터 국제회계기준이 바뀌기 때문에 그전에 학생들이 먼저 자격을 취득한 뒤 군대에 가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2. 군대 ‘다르게’가기

비교적 ‘쉽게’ 군대를 다녀오는 방법도 있다. 바로 대체 복무 제도를 통한 군 복무다. 대체 복무로는 △공익근무 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원이 있다. 이중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원은 현역 입영 대상자라 할지라도 지원이 가능하다. 업체에서 부족한 인원이 생기면 업체장이 병무청에 인력을 요청한다. 그리고 병무청은 배정표에 정해 놓은 인원에 따라 지원 대상자의 면접과 서류 검사를 거친 다음 허가를 내리게 된다. 서울지방병무청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2008년의 경우에는 필요 인원의 79.5%가 채워졌다”고 말해 경쟁률이 1대1도 채 되지 않음을 밝혔다.

또 다른 대체복무제도에는 △의무소방 △의무경찰 △경비교도 △공익 법무관 △공중 보건의가 있다. 의무소방과 의무경찰 그리고 경비교도는 각각의 공공시설에서 부족한 인력을 충당하는 차원에서 배치된다. 공익 법무관은 변호사 자격증, 공중 보건의는 의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병역 대상자들에게 지원 자격을 부여한다.



3. 군대 준비하고 가기

군대에서 지내는 데 필요한 물품 장만은 군대 가는 사람에게도, 군대 보내는 사람에게도 고민되는 일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고 군대용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쇼핑몰이 인기를 얻고 있다.  수신자 부담 전화카드(발급받은 카드번호를 이용해, 공중전화에서 동전(혹은 카드)없이 카드번호만으로 일반전화, 휴대폰으로 걸 수 있는 선불카드)같은 전화카드만을 따로 판매하는 쇼핑몰도 있고 자신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어 물건을 만들어 파는 쇼핑몰도 있다.

최초의 군대용품 쇼핑몰로서 지난 2006년 문을 연 ‘마음몰 닷컴 (http://www.maummall.com )’최규영 사장은 “군인 남자친구를 두고 있는 여성들을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젠 직접 자신의 물품을 고르는 남성의 비율이 높아져 전체 소비자의 3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러한 군대용품 쇼핑몰들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댓글과 질문들이 달린다.

특히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에는 눈길을 잡아끄는 많은 아이디어 상품들이 눈에 띈다. 어디서나 쉽게 물만 있으면 이온 음료를 섭취할 수 있게 만든 분말가루, 밤에 소등이 된 이후에도 이성 친구에게 편지를 쓸 수 있게 만든 LED가 달린 펜, 경계를 설 때 좀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전기 충전 손난로 등 군대 안의 상황을 십분 이해한 쇼핑몰들의 기획 상품에 많은 ‘곰신(군대 간 남자친구를 둔 여성을 일컫는 신조어, 송은지 기자의 기사 참조)’들과 군인들이 좀 더 군대를 철저히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종호 기자 phillies@yonsei.ac.kr
/그림 김진목 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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