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 의미는 세상을 이끈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세상을 선도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학교당국은 연세인의 조화롭고 자발적인 개혁을 통하여 새로운 연세 공동체를 만들어 최고의 대학이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약속한 프로젝트를 추진해나가면서 보여준 태도는 약속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간 학생들은 종합체육관 건립 등을 열망하며 체육관건립위원회를 결성해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아울러 후생복지관의 신축 필요성과 자치공간 확대 등을 요구하며 학교 측과 관련 조감도와 필요한 공간배치 등을 논의해왔다.

그런데 추진과정에서 이런 계획이 갑자기 취소됐다. 학교 측은 그 이유를 백양로 지하공간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밝혔으나, 그 과정에서 학생들을 포함한 연세가족들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무슨 계획이건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변경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대한 변경사유가 발생하면 이해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소통과 합의도출 과정이 있어야 한다. 계획변경을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충분히 구해 그들의 축복 속에 새로운 계획을 진행했어야 했다. 이런 노력 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은 계획변경에 대해 반발하며 그들의 수요해소가능성과 프로젝트 개발 방향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학교 측이 백양로 지하공간에 체육관과 후생복지관을 대신할 시설을 마련키로 약속했지만, 학생들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는 협동적 거버넌스(governance)의 시대이다. 국가조직이건 공공조직이건 민간조직이건 간에 관리층의 일방적 주도에 의해 조직을 관리운영하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이에 따라 국가의 운영도 정부와 시장 및 시민사회가 협력해가는 시대로 변하고 있고, 기업에서도 사회적 책임과 소액주주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모델이 변하고 있어, 어떤 조직이건 이해당사자들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조직관리의 중요한 요체가 되고 있다. 대학운영에서도 주요 이해당사자들간의 합의도출이 성공의 관건이다.
  
학교 측은 백양로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면서 학생 등 주요 이해당사자들과 소통하는데 부족했다. 학교 측은 산적한 여러 가지 현안들 때문에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하기가 어렵다고 할지 모르나, 협력적 거버넌스의 시대에서는 소통과 합의도출은 우량 거버넌스 구축의 핵심 요소이다. 따라서 학교 측은 학생 및 대학의 주요 이해당사자들과의 소통을 더욱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학문적 수월성 제고하고, 대학운영과 프로젝트관리 등에 있어서도 새로운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연세춘추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