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신촌캠·원주캠 재학생 1천600명 대상 설문조사
아르바이트 구할 때 경제위기 몸으로 느껴져
부모에게 경제적 의존도는 높고 투자 및 저축엔 무관심
우리대학교 재학생 2명 중 1명은 한달 수입(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용돈 포함)이 40만원이다. 10명의 연세인 중 6명은 용돈으로, 3명은 과외를 포함한 아르바이트(아래 알바)로 돈을 직접 벌어 생활한다. 또 10명 중 6명이 과외를 해 본 적이 있고 그 중 3명이 과외비로 월 30만원을 받는다. 남은 3명 중 1명은 40~50만원 이상의 고액 과외를 한다.
연세인의 70%는 수입 중 먹는데 가장 많은 돈을 쓴다. 연세인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한 끼 식사 가격은 5천원이지만 UIC학생들의 경우 57%가 1만원 정도를 적정가로 꼽았다.
남학생은 기호식품, 여학생은 알바
식비 다음은 술, 담배, 커피 등의 기호식품이다. 남학생이 12%, 여학생이 2%로 남학생의 기호식품 소비율이 여학생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술·담배를 많이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여학생의 46%, 남학생의 34%가 저축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불황 이전에 인기가 있었던 투자(주식, 재테크 등)를 하고 있는 연세인은 17%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이 분야에서는 남녀가 비슷했지만 남학생들이 투자를 하면 여학생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남녀차이는 알바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과외를 제외한 알바를 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남학생의 66%, 여학생의 7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한 과외를 제외한 알바를 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도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23% 더 높았다. 여학생은 과외에 비해 힘든 타 알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는 결과다. 한편 ‘과외는 여선생님이 구하기 쉽다’는 통념은 통하지 않았다. 과외를 해 본 적 있냐는 응답에 남녀가 별 차이가 없는 것(남학생 77%, 여학생 74%)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새내기가 ‘고학번’보다 돈 많이 써
조사 결과 새내기인 09학번들이 식비를 쓰는데 가장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끼 식사로 만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답변 비율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 식비를 가장 아끼려는 학번은 06학번 이상의 ‘고학번’들이었다. 3천원 미만이 적당하다고 답한 비율이 타 학번에 비해 최고 9% 이상 높았다.
한편, 학번이 높을수록 과외비를 ‘50만원 이상 받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비례해 학번이 낮을수록 ‘29만원 이하를 받는다’고 응답한 학생이 많았다.
08학번 이상의 50% 정도가 ‘불황의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09학번들은 불황의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자가 33%로 다른 학년에 비해 비교적 적었다. 다른 학년에 비해 과외나 알바를 해 본 경험이 적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응답자의 4분의 1이 ‘알바구하기가 힘들어졌다’를 그 첫째 이유로 꼽았지만, 새내기들은 용돈이 줄어 불황을 느꼈다고 답한 것이 가장 많았다. 그 외에 불황으로 인해 ‘취업이 힘들다’거나 ‘유학을 포기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용돈은 법대, 알바는 음악대,
씀씀이는 사과대, 과외는 경영대
법과대 학생들은 한달 수입이 평균 60만원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아, 평균 40만원을 버는 타 단과대생들에 비해 수입이 높았다. 반면 수입의 경로가 용돈이라는 학생이 10명중 9명으로 용돈 의존도 또한 다른 단과대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이에 대해 이종수 교수(법과대·헌법)는 “사법시험(아래 사시)을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이 많고 학부모들 또한 자식이 사시에 합격하는데 드는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시 준비를 하고 있는 이거량(법학ㆍ07)씨는 “사시 준비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과외 같은 다른 알바를 할 겨를이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음악대는 불황의 여파를 받았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이 74%로 모든 단과대 중 가장 높았다. 타 단과대 학생들의 과외에 해당하는 레슨 알바는 시간제에다, 과외처럼 한달 단위로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윤경(기악ㆍ08)씨는 “실기시험이나 입시철에는 레슨이 잦아져 한달에 50만원 이상 벌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일주일에 한번 씩 레슨을 하기 때문에 한달에 20만원 정도 받는다”고 말했다.
음악대생 10명 중 8명이 과외 외의 다른 알바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해 단과대 중 알바 경험이 가장 많았다. 반주, 오브리, 오케스트라 객원 연주 등 레슨만큼이나 수당이 큰 일회성 알바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알바를 할 기회가 많은 만큼 음악대는 모든 단과대 중 유일하게 주요 수입원의 비중이 용돈보다 과외 및 알바가 더 높다. 이를 반증하듯 음악대생의 47%가 불황을 실감하는 이유로 ‘알바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을 꼽았다.
사과대는 다른 단과대에 비해 씀씀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쓰는 용돈이 15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학생 수가 25%로 다른 단과대가 10% 정도인 것에 비해 그 수치가 높았다. 5명 중 1명이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닌 기호식품을 지출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또, 같은 비율의 사과대 학생이 저축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타 단과대생들이 평균적으로 50% 정도 저축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치다.
문과계열 학생들의 과외비가 이과계열 학생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만원 이상을 받는 이과대, 공과대 학생들은 각각 33%와 42%로, 상위권을 차지한 문과계열 경영대 53%, 상경대 50%, 교육대 47%보다 낮았다.
특히 과외비를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난 경영대는 과외비로 50만원 이상을 받는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22%로 평균 수치를 훨씬 웃돌았다. 그러나 월 평균 과외비가 50만원 이상이 적당하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8% 밖에 안돼 실제 받는 과외비가 높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
경영대, 상경대, 사과대 학생들이 의외로 증권, 주식, 재테크 등 투자 분야에 관심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투자를 많이 하는 단과대는 음악대로 2명중 1명이 저축을 제외한 투자 분야에 소득을 할애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경영대 24%, 상경대 15%로 투자를 하는 비율이 타 단과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사과대는 4%만이 투자를 한다고 답했다.
김방현 기자 magnolia@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