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대담- 연세인의 경제관념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사회자(이하 사회) 연세인의 경제생활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다양한 배경의 여러분을 초청했다. 자신의 경제활동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린다.
안슬기(아래 슬기) 청약통장, 적금, 펀드 등 다양한 재테크를 하고 있다.
소병휘(아래 병휘) 월 40만원을 받는 과외가 주 수입원이고, 부모님께 필요할 때마다 용돈을 조금씩 받는다. 학자금 대출을 3학기 째 받고 있다.
김현진(아래 현진)  따로 버는 돈은 없고 부모님께 매월 받는 일정한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사회 자신의 소비규모와 소비성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현진 내 경우 하숙비 포함 70만원 정도 쓰는데 그 중 하숙비가 42만원이니까 나머지로 30만 원 정도 쓰는 셈이다. 그 중 50% 이상은 저축한다. 술, 담배 등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노는데 드는 돈은 거의 없고 대부분 하숙비, 식비, 책값으로 들어간다. 
병휘 한 달 총 지출 비용은 50만원이 채 안 된다. 돈은 학자금대출 이자 갚고, 사람들과 노는데 쓴다. 분당에서 통학하기 때문에 차비도 많이 나오는 편이고.
슬기 학·석사 과정에서 일정 학점을 유지하면 등록금 지원이 된다. 그래서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기 위해 하던 과외를 그만 뒀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자로 생활한다. 총 지출 비용은…(용돈기입장 꺼내서 보고) 방값 20만원 포함 60만원 정도 쓴다. 나는 돈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닌데,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남들한테 쓰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그 달의 행사 개수에 따라 소비 폭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와의 기념일이 있거나 화장품을 사야할 때가 오면 그 달은 특별히 많이 쓴다. 

남자가 다 내던 시절은 갔다

현진  궁금한 게 있다. 이성친구와 교제할 때 누가 더 많이 쓰나. 대부분 남자가 많이 내지 않나?  
슬기  그때 그때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하게 쓴다. 우리는 커플 통장을 만들어서 매일 하루에 천 원씩 저금해 한 달마다 모인 돈으로 놀러가거나 기념일에 쓴다.   
병휘 와, 멋있다. 내 경우도 평소 비슷하게 내는 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너무 적게 내면 자존심이 상한다. 어떻게 내가 돈을 더 낼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학점내기를 제안했다. 학점 차 곱하기 5만원을 내는 건데, 저번학기는 내가 10만원 냈다. (일동 웃음) 

경제위기, 깊이 발 담글수록 충격도 커

병휘  그런데 슬기씨는 경제 불황 영향 안 받았나. 투자하는 곳이 많은 만큼 영향도 클 것 같은데.
슬기  물론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펀드가 거의 반 토막이 나면서 수백만 원 손해를 봤으니까. 무척 속상하지만 원래 없던 돈이라 생각하고 바닥을 쳤으니 장기적으로 오르리란 기대를 하며 덮어두기로 했다. 또 이번 방학에 계획했던 유럽여행이 환율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병휘 안타깝다. 슬기씨는 아무래도 펀드 투자 등의 방법을 통해 직접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위기를 더 잘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잘 못 느끼겠는데.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자 과외비가 떨어지거나 과외에서 잘리는 경우가 많다는데, 나는 오히려 학년이 올라가니까 과외비가 올랐다.
현진  나도 잘 모른다. 부모님께 집안 경제사정을 물어봐도 잘 대답을 안 해주시고 용돈을 스스로 벌기 위해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그 시간에 학업에 매진해 장학금 탈 생각하라며 부모님이 반대하신다.

과외 쉽게 구하는 것도 특권

사회  역시나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주된 수입원은 과외다.      
병휘  확실히 ‘연세’라는 학벌 덕에 과외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다른 알바에 비해 시간 대비 소득이 월등하므로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현진  물론 과외를 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학업에 영향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과외에만 매진하다보니 학사경고를 받은 지인이 있다. 1년에 2천만 원 벌어서 술 먹는데다 썼다고 한다. 좀 심하지 않나. 
슬기  그런 사례는 극단적인 경우 아닌가. 학업에 지장만 주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저축, 못 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 재테크는?

사회 이렇게 과외로 돈을 버는 학생들은 많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생들이 그 돈으로 투자나 저축은 거의 하지 않는다.
병휘  나 같은 경우 솔직히 저축 못한다는 건 핑계다. 노는 데 쓰는 돈만 조금 줄여도 저축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벌써부터 투자를 하는 것은 좀 꺼려진다. 확실하지 않은 곳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 같다. 남는 돈을 투자해서 잃을지도 모르는데 안전하게 저축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슬기  남는 돈을 투자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 쓸 돈을 아껴서 하는 것이 투자이다. 아버지가 은행원이시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철저히 받은 케이스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용돈기입장을 꼬박꼬박 쓰고 있을 정도니까. 만 스무 살 때부터 청약통장과 펀드를 시작했다. 시작은 아버지의 권유로 했지만 실제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붙어 이후로는 스스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부담되지 않는 금액 선에서 투자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현진 아는 선배가 주식으로 하루에 40만원을 벌었다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하고는 싶다. 나는 저축을 많이 하는 편이다. 매달 수입의 50% 정도는 저축하니까. 아직 직접적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책으로 원론적인 부분을 공부해 2학년 때부터 투자를 시작해 보려 한다. 슬기씨에게 한 수 배워야겠다. (웃음)  
병휘  나는 대학시절 너무 철저하게 경제생활을 하기보다는 적당히 벌고 적당히 즐기며 쓰고 싶다. 어차피 사회생활 시작하면 해야 하는데 대학생으로서의 자유를 누리고 싶기도 하다. 아, 물론 경제 개념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송은지 기자 life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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