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부터 듣는 상상력

이름부터 창조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아래 CD)에게 상상력은 어떤 의미일까? 광고기획사‘실버불렛’에서 CD로 일하고 있는 이진우 동문(법학·91)을 만나 광고 현장의 상상력을 들어보았다. 이 동문은 우리대학교 광고 동아리 ADCUS 1기 회원으로 GS건설‘자이’, LG전자 ‘엑스캔버스’, GS칼텍스, ‘올림푸스’등 누구나 익히 봤을 광고를 제작했다.
 
Q. CD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A. 100년이 넘은 광고 대행사인 JWT에서는 CD를 이렇게 정의한다. ‘CD는 광고대행사의 영혼이요 육체다.’광고 분야에서의 CD는, 광고주로부터 전달된 프로젝트에 대해 여러 협의와 기획을 거쳐 컨셉을 뽑아내고, 그 컨셉을 바탕으로 팀원들과 협업하는 과정을 전담한다. 광고 제작 분야는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 프로듀서 등으로 구성된 실무자들이 일을 하게 되는데, CD는 이들을 지휘하고 제작물의 책임을 지게 된다. 요즘 신문이나 잡지 등을 보다보면 디자인이나 아트관련 기사에 심심찮게 CD가 등장하는데, 근본적인 역할만 보면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하는 일은 같다고 할 수 있다.

Q. 광고 분야에서 상상력은 어떤 의미인지?
A. 광고에서의 상상력은 엉뚱하고 기발할 표현을 이용하되, 광고주의 메시지를 수용자에게 깊숙이 침투시킬 수 있어야한다. 이는 광고가 자신의 메시지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아트’보다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하는‘디자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가 원하는 상상력은 늘 보아오던 것들의 새로운 조합을 통하여 낯설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 부여된 의미를 기발하게 바꿈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탁 치게 만들게 해야 한다.

Q. 상상력이 광고로 구체화될 때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면?
A. 우선 기술적인 인프라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진흙이 모델의 몸을 타고 역류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외국에서 총알 찍을 때 사용하는 초고속 카메라를 공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장비가 워낙 정밀해서 한 장면을 찍기 위해 3일 밤낮이 걸렸다. 자본과 기술이 충분한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런 기술적인 한계를 ‘노가다’라는 방식으로 극복해야 한다. 다른 하나로 기업의 정서적, 문화적 제약이 있다. 상상력의 수용에 있어 아직도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보수적이다. 호주에서 게이레즈비언 축제가 열리는데, 그 축제에 우리나라 기업은 지원을 꺼린다. 반면, 외국의 많은 기업들은 그 축제를 하나의 상상력이 승화된 것으로 본다.

Q. 광고가 원하는 상상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는지?
A. 상상력은 ‘부지런함’에서 나온다. ‘광고는 창조가 아니라 발견이다’라는 말처럼 부지런히 현장을 주시하고, 소비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상력은 열린 마음에서 싹을 틔운다. 사회적 관습, 자기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남의 사소한 이야기에서 조차 좋은 팁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창의적이라는 제품이나 작품들 보면 우리 곁에 흔하게 존재하는 것들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양준영 기자 stella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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