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실현에 옮기는 MIT미디어랩

혁신적인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의 미디어랩이 서 있다.

미디어랩은 성공적인 산학협동의 모델로 평가받는데, 기업들이 연구비를 지원하고 지원기간동안 개발된 기술들을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를 얻는 구조다. 사업성이 높은 ‘재미있는’ 기술을 기대하는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미디어랩에서는 연구가 곧 놀이고 공상이 곧 설계인 셈이다.

최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e잉크’와 ‘e페이퍼’는 미디어랩의 대표적인 연구 성과다. e잉크는 전자신호에 반응해 검은색을 띠기도 하고 흰색을 띠기도 하는 캡슐들로 이뤄져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일반 종이의 질감과 두께를 가진 e페이퍼로 모니터처럼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신문처럼 종이 위에 인쇄된 글자와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e페이퍼로 만들어진 책을 한 권 사면, 내용을 다운로드 받는 것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얼마든지 다르게 바꿀 수 있다.

세계적인 블록 완구 ‘레고’의 ‘마인드스톰’ 시리즈도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마인드스톰 시리즈는 사용자가 직접 작동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그에 맞춰 블록을 조립해 움직이는 신개념의 블록 완구 제품군이다. 마인드스톰 시리즈는 아날로그 블록과 디지털 프로그램을 결합해, 비디오게임에 밀리던 레고를 위기에서 건져낸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다.

종이 위의 글씨가 춤추는 것을 상상하고 레고 블록이 스스로 걸어 다니는 것을 상상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연구가 결실을 거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미디어랩은 1985년 설립 이후 가상현실, 홀로그램, 유비쿼터스, 입는 컴퓨터와 같이 디지털기술역사에 획을 긋는 아이디어를 줄곧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인 연구들도 처음에는 모두 농담처럼 보이는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했다. 기계적인 기술 연마에 갇히지 않고 상상의 범위를 넓히며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미디어랩이 지향하는 기본 정신이다.

김서홍 기자 le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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