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상상력 프로젝트 수업

“이제 여러분이 직접 형사가 돼 범인을 찾을 차례입니다”

우리대학교 교양강의 ‘상상력 프로젝트’의 임정택 교수(문과대·독문학)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던진 말이다. 첫째 시간의 주제는 ‘범죄와 상상력’으로, 한 조가 범죄와 관련된 연극을 선보이고 다른 학생들이 형사가 되어 주어진 단서를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각자의 조끼리 책상을 둥글게 모으고 앉아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며 범인 찾기에 열을 올렸다. 상대방의 생각에 감탄하기도 하고 반대논리를 펼치기도 하면서 활발하게 참여했다. 임 교수는 한 번씩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볼 뿐, 강의는 학생들의 주도로 진행됐다.

‘상상력 프로젝트’는 우리대학교 미디어아트연구소와 학부대학이 연계해 개설한 강의로 3학기째 열리고 있다. 학생들의 상상력을 훈련시킨다는 목표에 걸맞게 수업 방식 또한 일반적인 교수 방식이 아닌 집단 훈련 방식을 따르고 있다. 각자의 조를 정해주고 조원들끼리 여러 과제들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수업은 학생들이 준비해온 발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 자리에서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피드백이 오가며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범죄와 상상력’을 주제로 연극을 선보인 김선영(생디·08)씨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며 소감을 전했다.

임 교수는 “고전적인 수업방식에 따르면 학생들과의 소통이 어렵게 된다”며 “상상력을 훈련시키는 수업인 만큼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이러한 수업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수업에서는 주어진 교재도 없고 선수과목도 없다. 따라서 학생들 모두가 백지의 상태에서 창의적으로 각자의 그림을 그려가게 된다.

김씨는 “교수님께서 상상력을 이용해 기발한 생각을 만들어오라고 하시면 조원들끼리 상의해 발표방법과 세부내용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괄적인 주제 아래 똑같은 내용과 형식의 과제들과는 사뭇 다르다.

‘범죄와 상상력’의 다음시간에는 ‘과학과 상상력’이 이어졌다. 우리대학교 김응빈 교수(이과대·환경미생물학)가 초청돼 상상력을 이용해 새로운 과학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 교수는 두 개의 대장균이 서로 접합하는 사진으로부터 ‘성(性)’을 새롭게 정의하는가 하면, 미생물의 사진에서 예술적이고 문학적인 의미를 찾기도 했다.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에게는 ‘박테리아와 관련해 상상하기’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러자 박테리아의 커뮤니케이션, 박테리아의 러브스토리 등 기발한 생각들이 쏟아졌다.

‘상상’은 공상이나 망상과는 다르다. 자신의 마음속에 생각을 그리며 구체적인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상상력만을 하나의 상품으로 생산하는 회사가 생겨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그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디어아트연구소의 허정아 교수(문과대·불문학)는 “이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멀티 크리에이터(Multi Creator)의 양성”이라고 말한다. 자신만의 학문에 갇혀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다. 이러한 때에 상상력은 고체적인 사고를 넘어 각 분야를 넘나드는 액체적인 사고를 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박소영 기자 thdud0919@yonsei.ac.kr
사진 추유진 기자 babyazaz@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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