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무대인 드로잉 쇼를 찾다

‘왜 벽에 걸린 그림만 봐야할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공연이 있다. 바로 세계 최초의 미술공연 ‘드로잉 쇼’다.

드로잉 쇼는 세 명의 배우가 기상천외한 미술 기법으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연이다. 배우들은 80분간 빠른 리듬의 신나는 음악에 맞춰 10여개의 작품을 그려낸다.

1분도 채 안 돼 아름다운 꽃 그림을 쓱 완성하고, 8분 동안 2m 크기의 화폭에 말을 탄 나폴레옹을 그리는 묘기 같은 모습에 관객들은 계속해서 환호성을 지른다. 직장동료와 함께 공연을 찾은 장동숙(29)씨는 “정말 새롭다”며 “세계 최초의 드로잉 공연이라는데 세계에 나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공연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관객을 사로잡은 이 공연의 매력은 고정관념을 깼다는 데 있다. 보통 그림을 화가의 결과물로 생각하지만, 이 공연에서는 그리는 과정의 재미를 관객과 공유하려 한다. 공연의 한 에피소드에서 배우들은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검정 도화지에 튀기고, 문지르더니 어느새 아름다운 밤의 도시를 만들어 놓는다. 순식간에 나타난 그림에 관객들은 놀라는데 배우들은 갑자기 그 그림을 찢어버린다. 아쉬움 섞인 탄성을 내놓는 관객에게 배우들은 찢어진 그림 뒤에서 등장한 티셔츠를 선사한다. 이처럼 드로잉 쇼는 결과물보다 그리는 과정의 재미를 보여주고, 예상을 뒤엎음으로써 계속해서 관객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드로잉 쇼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요소는 마술 같은 미술기법이다. 바나나 껍질로 꽃그림을 문질러 꽃이 활짝 피어나게 하기도 하고, 폭포절경의 수묵화에는 푸른 물감이 흘러내리게 하여 아찔하게 흘러내리는 폭포를 보여준다. 색색깔의 기름을 물에 떨어뜨려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낼 때, 관객은 마치 환상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밖에도 공연 중 모든 그림들이 마블링, 야광물감 등 평소에는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기법과 재료를 사용하여 신선한 충격을 준다.

드로잉쇼의 줄거리 역시 독특하다. ‘드로잉 월드’로부터 우주비행 중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유일한 소통 방식은 그림뿐이다. 실제로 공연에서 배우들은 의성어 같은 소리만 낼 뿐 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지 살아있는 그림과 몸짓만으로도 관객과 배우는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 소통한다. 이처럼 드로잉 쇼는 기발한 상상력을 함께 하는 즐거움과 다양한 그림, 퍼포먼스, 음악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재미를 제공한다.

대학로 질러홀(드로잉 쇼 전용관). 3만원. 공연문의: 펜타토닉((02)766-7848)

양준영 기자 stellar@yonsei.ac.kr

자료사진 드로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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