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유흥문화 현주소 짚기

며칠 전, 전 청와대 행정관의 성 접대 파문이 주요 방송사의 뉴스와 일간지 일면을 장식했다. 이 보도에서는 성 접대가 공공연히 이뤄진 장소로 신촌을 지목했다. 이 보도에 비춰진 신촌지역의 부정적인 모습은 새삼 놀랍지 않다. 신촌의 지역 이미지는 이미 대학가라기보다는 유흥가에 가깝기 때문이다.

신촌에는 대략 다섯 가지 형태의 성매매 업소들이 존재한다. 이름이 알려진 ‘대딸방’과 안마방, ‘오피스텔’, ‘휴게텔’, ‘여관발이’ 등이 그것이다. 그 중 ‘대딸방’이라고 불리는 곳은 성교가 불가능해 유사 성매매 업소로 분류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성교까지 가능해 성매매 업소로 분류된다. 이런 업소들은 신촌에만 모두 20여 곳이 넘는다. 최근에는 ‘키스방’이란 신종 업소까지 생기면서 유사 성매매 업소 및 성매매 업소의 수와 종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성매매 업소들은 음지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마음만 먹으면 접근이 용이하다. 대딸방의 경우 일반 상가 건물에 위치하고 있고 일단 찾기만 하면 신분증 검사도 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꼭 ‘성인’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성매매 업소에 들어가려면 일단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 한 업소에 전화를 하자 전화를 받은 직원이 예약 시간과 이름을 묻는다. 간단한 가명을 부르고 나이를 속였더니 아무런 의심 없이 다음 단계의 질문으로 넘어갔다. 

간단한 확인이 끝나자 직원은 ‘서비스’를 시작한다. 여성들의 신상정보(실명을 제외한 나머지)와 신체적 특징을 하나하나 열거하더니 좋아하는 취향이 있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런 업소에서 일한 적이 있는 이아무개씨(23)씨는 “인터넷 사이트에 신체사이즈나 사진 등이 게재돼 마치 음식점 메뉴처럼 선택 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직접 그곳으로 찾아가 봤다. 일반 상점들이 위치하는 건물 내부의 작은 문을 통해 입장할 수 있었다. 입구에 있는 초인종을 통해 예약해 둔 신상 정보를 확인하고 나면 문이 열린다. 입구에서 만난 대학생인 박충수(가명ㆍ25)씨는 “처음에는 신촌에 굴러다니는 전단지를 보고 호기심과 충동적인 욕구로 방문하게 됐다”며 “서비스에 만족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들지 않는 선에서 간다”고 말끝을 흐렸다.

일러스트 김지영

 신촌에서는 이런 업소들과 관련된 광고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골목에는 아예 간판을 내걸어 놓고 장사를 하고 있기도 한다.
관련 행정당국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는 상태다. 서대문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유사 성매매란 정의 자체가 없다”며 “실제로 성교를 하지 않는 이상 성매매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유사 성매매를 하는 업소라도 ‘마사지’라는 간판을 내건다면 이는 허가제로 운영되는 가이기때문에 구청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대문구청은 허가제의 범위를 ‘의학적 마사지’에 한정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대생마사지나 발마사지 등은 의학적 마사지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 업종으로 분류돼 따로 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등록만으로 개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간 현대』에 ‘키스방’ 기사를 게재한 이보배 기자는 “신촌이나 홍대는 대표적 유흥지인 강남이나 북창동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다”며 “이러한 젊은 사람들을 목표로 해 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키스방’이나 ‘대딸방’ 등이 많이 모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촌은 대학가라기보다는 유흥가에 그 특성이 치우쳐 있다. 구청과 같은 행정당국에서는 이런 시설들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두달에 걸쳐 치러지는 형식적 단속에 그칠 것이 아니라 관부서에서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연두」)
이종호, 김방현 기자 magnoli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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