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상업화, 유흥화로 물든 신촌 지역의 단면...대학가로서 어떤 모습이 돼야할지 재고해봐야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모텔촌’이 신촌 안에 자리잡고 있다. 신촌 ‘모텔촌’은 신촌역 4번출구 전방 30m 앞의 골목 안으로 이어진 지역이다. 골목에 들어서면 보이는 간판이라고는 전부 ‘모텔’일 정도로 모텔들이 즐비해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29번지 부근에 위치한 이 모텔촌은 명물거리 십자 횡단보도 근처의 작은 골목에서부터 연결돼 있다. 얼핏 보면 좁은 밀집지역인 것으로 보이지만, 삼거리로 확장돼 있을 정도로 범위가 넓다.

모텔촌 형성 배경과 모텔주들의 입장

이 지역에 모텔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현재는 30개 이상의 모텔이 위치해 있으며 지속적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건물 전체가 모텔로 이용되기 때문에 규모도 크다. 이런 건물들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수요를 짐작할 수 있다. K모텔 사장인 강석준(가명·51)씨는 “우선은 고객이 꾸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주변 모텔들은 주말에는 예약손님까지 받을 정도로 많은 고객이 찾는다고 한다.

신촌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인 만큼 모텔촌을 찾는 층도 다양하다. 그 중 대학생들의 비율은 꽤 높다. 특히 평일 낮에는 고객의 대부분이 대학생이라는 것이 모텔주인들의 말이다. 모텔 입구에 ‘대학생 커플 환영’이라는 글을 아예 써붙여 둔 곳도 있다.

보통 그들이 모텔을 이용하는 방법은 숙박이 아닌 ‘대실’ 기능이다. 모텔을 찾은 김영석(가명·24)씨는 “편안하게 누워 둘이서 TV도 보고, 음식도 미리 싸 가서 식사도 하며 오붓한 데이트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액은 평균적으로 평일 5시간동안 대실하는 데 2만원 정도다.

모텔주들은 신촌에 모텔이 밀집해 있는 것이 크게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W모텔의 운영자인 김석환(49)씨는 “대학생들은 성인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성문화를 즐길 권리가 있다”며 “모텔은 대학생들에게 가까운 거리, 저렴한 가격 등을 통해 이 권리를 돕는 서비스업”이라고 말했다. 또한 모텔촌이 재개발이 돼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 한 모텔 관계자는 “불법 사업도 아니고, 잘 운영되고 있는데 무슨 명분으로 재개발을 운운하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모텔촌이 위치한 곳은 상업지구로, 법적으로는 건물들의 입지를 저지할만한 구실이 없다.

 “대학교 앞에 왜 이렇게 모텔이 많지?”

문제는 위치를 통해 파생되는 인식의 측면이다. 신촌에는 4개의 대학이 모여 있다. 이들 대학들은 모두 긴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들이다. 우리대학교만 해도 124년의 역사를 신촌과 함께 해 왔다. 대학 주변 지역은 대학의 역사를 공유하기 마련이다. 외국의 유명 대학의 경우 대학문화가 곧 지역문화가 되기도 한다. 독일의 괴팅겐시에 위치한 괴팅겐대학은 지역과 연계하는 대학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 대학의 축제기간에는 도시 전체가 하나가 되며, 도시 주최의 대학 축제가 여러 개 존재한다. 또한 괴팅겐 대학이 시험기간을 맞게 되면 도시 전체가 적막에 휩싸인다고 한다. 그러나 신촌에서는 이런 문화가 거의 전무할뿐더러 오히려 모텔촌으로 대표되는 상업문화만이 지배적이다.

모텔촌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아무개 씨는 “(신촌 대학가가) 일류대학 근처 거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근처 대학들이 더욱 학구적인 분위기 속에서 발전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업사원 김성신(36)씨는 “일류대학이 위치한 대학가의 위상과 맞지 않다”며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왜 구청 측에서 이 쪽을 개발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청 도시개발팀 담당자 강정훈씨는 “그 거리의 재개발 계획은 없다”고 말해 이러한 개발 여부를 일축했다. 법적으로 모텔은 상업시설이고 상업지구에 상업시설이 밀집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촌은 지가가 높고 오랜 시간동안 소비상업지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쉽사리 손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진정한 ‘대학가’는 어디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캠브리지 대학 근처에는 유명 서점이 밀집해 있으며, 근처에 큰 공원이 조성돼 있다. 말레이시아 NILAI College 대학 근처에는 골프 리조트, 테니스 등의 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캠퍼스 5분 거리에 넓게 펼쳐져 있다. 대학이 지식을 추구하는 장인 만큼 대학가가 이를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신촌에는 이 ‘당연한’ 요소들이 거의 없다. 현재 신촌에서는 헌 책방 포함 전문 서점이 10개 안팎에 불과하다. 게다가 빼곡히 차있는 술집과 모텔은 학생들을 학문이 아닌 향락으로 인도하는 대학가의 현 주소다.

현재 신촌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학가의 이상적인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이런 환경은 자연히 대학생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물론 현실적으로 행정당국의 개발 정책이 시행되기는 아직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신촌을 방치해 두면 신촌의 대학들은 소비와 쾌락의 바다에 홀로 남은 ‘섬’으로 변할 것이다.


장기원 기자 iamhungry@yonsei.ac.kr
사진 구민정 기자 so_coo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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