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과 사회의 연결 다리를 놓다

딱딱한 과학 내용을 연극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으악! 기성세제가 들어온다!” (흰 옷을 입고 있던 ‘페놀프탈레인’ 역의 박상희씨가 빨간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는 지난 2월 영등포구 생활과학교실 ‘과학싹잔치’ 개막공연 중 일부다. 산/염기를 구별하는 지시약으로 사용되는 화학약품 페놀프탈레인을 설명하는 연극을 몇 백 명의 아이들이 앉아 흥미롭게 관람하고 있다.

박상희씨는 극단 ‘사이(Sci)꾼’에 소속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어린이들에게 생활 속 다양한 과학 원리를 연극을 통해 설명해준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지난 2006년 과학대중화 사업을 위해 설립된 과학커뮤니케이터협회에서 교육을 받은 이들을 이르는 말로 현재 7기까지 양성된 신종 직업이다.

박씨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은 점점 중시되고 있다”며 “교육 과정을 모두 마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은 현재 △과학 연극인 △과학교실 선생님 △과학교육자료 저술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은 과학과 대중들의 소통을 위해 힘쓰고 있다.

과학기술이 이미 고도로 발전한 이 시점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던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장 김학수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은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창의적인 과학기술 발달과 함께 성숙한 시민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은 더 이상 과학기술자의 전유물이 아니며, 사회가 외면하는 과학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과학기술과 사회와의 소통을 STS(Science, Technology, Society)에 있다고 보고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 1991년 런던대에 처음으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신설된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의 파리대, 독일의 베를린 자유대 등에 관련 학과가 개설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과학문화재단,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등 여러 기관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대학교에서는 이번 학기에 ‘과학기술과 사회’라는 이름으로 연계전공이 신설됐다. 전공과목으로 개설된 ‘과학기술과 사회입문’에서는 생화학, 신학, 행정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이 이공계 학생들과 인문사회계 학생들 간의 상호이해와 소통을 위해 과학기술에 대한 △일반적 이해 △윤리적 문제 △정책적 이슈를 강의한다. 또한 대학원 내 학과 간 협동 과정도 추진 중이다. 서강대에는 대학원 내 과학 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이 신설돼 있다. 이와 같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대중과 과학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과학커뮤니케이터협회 이은경 간사는 “고급 과학기술인력 활용증대 및 과학의 대중화 사업을 위해 앞으로도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학커뮤니케이터협회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과학 교육 콘텐츠 사업 △과학 연극/과학 마술 드라마 사업 △과학 체험 사업을 계속해나가고 특히 올해에는 과학웹진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배출돼 과학과 사회와의 소통에 기여하길 기대해본다.

문해인 기자 fade_away@yonsei.ac.kr

자료사진 과학커뮤니케이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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