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생각나는 것을 모두 집어넣고요. 거기에 오늘 있었던 일을 추가합니다. 이제 조심스럽게 얘기하면 (꿈이) 이뤄져요. 제가 잠에서 깨면 안 되거든요” - 영화 『수면의 과학』中

영화 『수면의 과학』의 주인공 스테판은 자신의 꿈속에서 모든 것을 이뤄낸다. 비단 영화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한번쯤 꿈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루시드 드림의 유혹

우리는 보통 꿈을 꾸는 동안에는 자신이 깨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잠에서 깨고 나서야 그게 꿈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꿈을 꾸면서 꿈을 꾼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다. 이런 인식상태에서 꾸는 꿈이 바로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이다.

루시드 드림 속에선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기 때문에 스테판처럼 그 꿈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스포츠카를 눈앞에 나타나게 할 수도 있으며,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도,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가 돼 꽃미남들과 멋진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루시드 드림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루시드 드림의 기억은 일반적인 꿈과 달리 사라지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보통 사람은 한 주에 두세 번 정도 자신이 꾼 꿈을 기억한다. 하지만 사람이 밤마다 반복되는 렘수면* 상태에서 꿈을 꾼다는 것을 볼 때 우리가 꾸는 꿈의 95%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루시드 드림의 기억은 현실처럼 우리 머릿속에 남는다.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잠자는 시간만큼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루시드 드림에 빠져보기

어떤가. 이정도 매력이라면 경험해 보고 싶은 욕심이 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루시드 드림을 경험할 수 있을까? 루시드 드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루시드 드림 연구소’ 소장인 스티븐 라버지 박사는 루시드 드림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적절한 동기 △꿈에서 하고자 하는 것들의 연습 △꿈을 기억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기부여는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동기의 강도가 너무 강해서도 안 된다. 루시드 드림은 이상실현의 공간이지만 결국 꿈이다. 그렇기에 루시드 드림이 가능하다는 기대 정도면 충분하다. 대신 꿈에서 경험하고자 하는 것은 정확히 연습해 둬야 한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동기가 확실해도 현실에서 연습하지 않는다면 꿈속에서도 제대로 연주할 수 없다.

3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을 기억하는 것이다. 꿈을 잘 기억할 때에야 그것이 꿈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티븐 박사는 △꿈을 기록하는 일기쓰기 △자기 전의 자기최면을 추천했다. 꿈을 잊어버리는 주된 이유는 생각, 감정 등 다른 정신적 내용들이 그 사람의 정신을 먼저 선점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꿈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야 한다.

꿈을 기억하고 이해하게 된다면 당신은 꿈속에서 조금씩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완벽한 루시드 드림의 세계로 빠질 수 있는 첫 걸음이 된다.

현실을 위한 ‘굿 나잇’

이토록 루시드 드림을 경험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5만 명에 달하는 회원이 활동하는 루시드 드림 카페(http://cafe.daum.net/drream)에 게재된 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일을 루시드 드림을 통해 경험함으로써 대리만족을 얻기를 원한다. 꿈을 통해 중요한 면접이나 발표 등의 리허설을 해 도움을 얻는다는 사람들도 많다.

루시드 드림은 질병치료에도 사용될 수 있다. 스티븐 박사는 그의 연구에서 꿈에서 하는 행동과 생리적 반응 사이에 높은 상관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즉, 자기가 원하는 생리학적 결과를 얻기 위해 루시드 드림 속에서 건강한 몸을 상상한다면 자기 몸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루시드 드림이 그저 꿈에만 그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루시드 드림에 과도하게 심취돼서는 안 된다. 영화 속 스테판은 자신의 꿈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현실과 꿈을 구별하지 못하고 현실과 멀어져간다. 루시드 드림도 결국 꿈이다. 루시드 드림을 꾸며 이상세계를 탐험하고 현실에서 그 세계를 향해 노력할 때 우리는 ‘꿈’을 이루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렘수면 : 깨어 있은 것에 가까운 얕은 수면.

박기범 기자 ask_walker@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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