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으로 대거 들어서는 소극장들

“허를 찔렸다, 신촌이야말로 노른자위였다!”

뮤지컬 극장 ‘더 스테이지’가 신촌에 들어섰다는 소식에 공연시설 관계자들이 무릎을 탁 치며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더 스테이지는 지난 3월 초, 신촌 버티고 빌딩 지하 2층에 들어선 공연장으로 현재 뮤지컬『쓰릴미』를 공연하고 있다. ‘뮤지컬 헤븐’ 홍보팀장 석재원 씨는 “작품성을 겸비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선보여, 신촌지역의 공연 예술 저변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시설 입지로서 신촌의 가능성을 알아본 곳은 더 스테이지만이 아니다. 신촌 ‘아트레온’에도 뮤지컬 극장이 새로 들어선다. 뮤지컬『마리아 마리아』를 시작으로 오는 6월 개관할 예정이다.

신촌에 본격적으로 문화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작년 4월에는 이화여대 ECC 완공과 함께 ‘아트하우스 모모’, 작년 7월에는 ‘필름포럼’과 ‘허둥홀’이 신촌으로 들어왔다. 예술영화관 필름포럼은 종로 낙원상가에서 이화여대 후문 맞은편 하늬솔로, 개그 공연장 허둥홀은 대학로에서 신촌역 부근에 자리 잡았다.

이외에도 신촌 인근에는 마포구 서교동의 산울림극장, 서강대 메리홀, 마포아트센터와 같은 공연예술공간이 이미 위치해 있었다. 기존의 문화시설과 함께 새로 대거 진입해온 시설까지 포함한다면 신촌에는 문화시설벨트가 형성될 전망이다.

신촌을 공연예술장의 최적지로 보게 된 이유는 ‘탈(脫) 대학로’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아트레온 공연시설 담당자 안명학씨는 “문화의 거리였던 대학로는 이제 상업화되었을 뿐 아니라 이미 포화상태”라고 지적했다. 뮤지컬 헤븐의 석재원 팀장은 “대학로 내에서 아무리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려 해도 그래봤자 ‘대학로 공연’이라는 생각의 틀을 깨기 힘들다”며 “극장 위치가 젊음과 역동의 공간, 신촌에 있다는 사실이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 한다”고 말했다.

 신촌 지역의 지리적 이점도 매우 크다. 안씨는 “신촌은 교통, 상권, 대학가 등 어느 요소에서 보더라도 최적의 공연장입지”라고 말했다. 신촌은 수십 개의 버스노선, 15~20만 명의 유동인구를 가진 거대 상권이다. 게다가 우리 대학교, 이화여대, 서강대를 포함해 8개의 대학이 밀집돼 있다. 아트레온에 들어설 예정인 ‘조아뮤지컬컴퍼니’의 강현철 대표이사는 “대학이 모여 있는 신촌이야말로 ‘대학로’다”라며, 문화공연에 대한 욕구가 높은 청년층이 어느 곳보다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약 1년가량 문화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초반운행이 순탄치는 않다고 전한다. 그 이유는 유흥, 소비중심지로 굳혀진 신촌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촌을 이용하는 인구의 대부분은 이런 기능을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마나 문화공간을 이용하는 이들도 신촌이 아니더라도 공연을 보러갔을 마니아층이 대다수다. 필름포럼 이리라 이사는 “홍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특정 영화에 관심이 있어 찾아오는 경우 외에는 관객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화시설들이 새로이 진입해오는 이유는 이들이 신촌 지역의 ‘재부흥’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과거 신촌은 대표적인 문화의 거리였다. 70~80년대 신촌상권은 라이브 공연장이 다수를 차지했고, 장발, 청바지, 통기타 문화도 신촌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유행이 지나고 문화공간이 술집과 카페로 대체되면서, 상업적인 소비지구로 전락했다.

최근 신촌 지역 일부의 개발 규제가 풀리고 있어 시설주들은 문화시설의 이동이 가속화될 것이라 예측한다. 그동안 명물 거리 부근은 건물 규제로 인해 구조 변경이 불가피해 영세한 규모의 주점, 식음료점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00년부터 규제가 점점 풀려, 일정한 규모 이상을 요구하는 소극장도 들어올 수 있게 됐다. 

더 스테이지, 아트레온시어터의 관계자는 대학과 연계한 홍보 강화, 신촌 문화 페스티벌 개최 등으로 신촌의 부흥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헤븐’의 석재원 팀장은 “주변 대학생들에게는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250석 규모의 가변형 무대와 객석을 활용하여 미니콘서트 등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신촌지역의 잠재된 문화욕구를 문화시설이 적극적으로 이끌어 낸다면, 신촌의 ‘르네상스’는 머지않아 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양준영 기자 stellar@yos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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