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 WBC)은 결승전이었던 한·일전을 마지막으로 그 뜨거웠던 일정의 막을 내렸다. WBC 기간 동안 야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경기의 승패에 따라 울상을 짓기도, 환호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들을 울고 웃게 했던 야구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 어떤 선수가 좋은 야구선수고, 좋은 야구장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타율이 높은 선수가 좋은 선수다?

타율은 타격 성적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안타 수를 공식타수*로 나눈 일종의 평균치다. 예를 들면 이범호 선수는 이번 WBC에서 20번의 공식타수 중 8번의 안타를 쳐서 0.400라는 우리나라 선수 중 최고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타율만으로 그 선수를 평가하긴 어렵다. 타율은 모든 안타를 동등한 가치로 취급하는 것으로 단타와 홈런이 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타율은 타격만을 공격 능력으로 평가한다. 즉 타율은 △볼넷 △몸에 맞는 공 △희생타를 반영하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낼 경우 안전진루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단타와 같은 효력을 발생시킨다. 희생타의 경우엔 타자 자신은 아웃되지만 출루해 있는 다른 선수들은 수비가 공을 잡는 순간부터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진루나 득점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이처럼 타율이 높은 선수만이 그 팀의 공격력에 공헌한다고는 할 수 없다.

공격공헌도는 어떻게 구할까

그렇다면 단순한 타율이 아닌 선수가 팀에 기여하는 정도인 ‘공격공헌도’는 어떻게 산출될까? 공격공헌도는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값이다. 계산해보면 이번 WBC에서 최고타율을 기록한 이범호 선수는 공격공헌도 또한 1.358로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이범호 선수 다음으로 0.393이라는 타율을 기록한 김현수 선수의 공격공헌도는 1.014다. 이는 김 선수보다 낮은 0.308의 타율을 기록한 고영민 선수의 공격공헌도 1.01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 이유는 출루율에서는 김 선수가 0.514로 고 선수의 0.400보다 높았지만 고 선수의 장타율이 0.615로 김 선수의 0.500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즉 안타수 자체는 김 선수가 더 많았지만 승리에 더 많이 기여하는 장타는 고 선수가 크게 친 것이다. 실제로 김 선수는 홈런을 한 번도 치지 못했지만 고 선수는 홈런을 한 번 쳤다. 이처럼 실제 선수가 팀에 공헌한 공격공헌도는 타율만이 아니라 장타율과 출루율을 모두 합산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좋은 야구공과 방망이

그럼 선수들이 사용하는 야구공과 야구방망이는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야구공과 야구방망이에는 물리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다. 야구공의 솔기가 공기의 흐름을 조절해 공의 속도를 높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공 표면이 매끄러우면 공 주위에 저항이 큰 정류가 생긴다. 하지만 솔기가 있어 표면이 거친 야구공은 시속 80~120km 사이에서도 낮은 저항의 난류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표면에 솔기가 있는 공이 매끄러운 공보다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

야구방망이는 어떨까? 야구방망이의 길이는 106.8cm 이하, 가장 굵은 부분의 지름은 7cm 이하로 규정돼 있지만 중량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그렇다면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서 야구방망이가 가벼운 것이 유리할까, 무거운 것이 유리할까? 이는 ‘운동량=질량(kg)×속도(m/s)’라는 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야구방망이의 질량과 스윙속도가 높아야 한다. 하지만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질량과 속도가 동시에 커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 요소가 운동량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야구방망이의 질량의 경우 방망이의 크기와 두께를 변화시켜도 몇 g밖에는 차이나지 않는다. 또한 질량이 높아짐에 따라 오히려 선수의 스윙속도는 낮아진다. 하지만 스윙속도는 선수마다 몇 m/s씩 차이나기 때문에 질량을 높이는 것보다 질량을 낮춰서 속도를 높이는 것이 운동량을 높이는 데에는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야구방망이를 밀도가 높은 히코리나무로 만들었지만 현재는 밀도가 낮은 물푸레나무로 만들어 1kg이 안 되는 야구방망이가 대부분이다.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선수들의 끈기와 인내심만큼이나 좋은 야구 선수와 좋은 야구 장비에 담긴 수학적?과학적 원리도 야구가 대중들에게 오랜 동안 사랑받게 한 요인이다. 한 달 간의 뜨거웠던 WBC는 끝났지만 곧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야구경기장에서 프로야구를 관람하며 수학적·과학적 사고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공식타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 횟수 중 △볼넷 △몸에 맞는 공 △희생타를 제외한 나머지 타석 수
*안전진루권: 야구에서 타자나 주자가 아웃될 염려 없이 1루씩 진루할 수 있는 권리

문해인 기자 fade_away@yonsei.ac.kr

그림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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