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전공' ① 자유전공

2009학년도부터 자유전공을 신설한 대학이 많다. 이는 법학전문대학원 출범으로 법학계열 모집 단위가 폐지되면서 생긴 잉여정원을 활용한 것이다. 우리대학교도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접한 뒤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유전공을 신설했다. 현재 150여명의 신입생이 자유전공에 소속돼 있으며 2학년 진급 시 교육계열을 제외한 인문·사회계열 내의 원하는 전공을 택할 수 있다.

다양한 학문 탐색의 기회

“1학년 때 다양한 학문을 접해보기 위해 자유전공을 택했다”는 정혜진(자유전공·09)씨의 말처럼 자유전공은 계열에 상관없이 학문을 탐색할 수 있어 학생들이 전공을 택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를 돕기 위해 학교 측은 학부대학 소속의 학사지도교수 1인 외에 자유전공 운영위원회(아래 위원회)를 마련했다. 위원회는 문과대, 상경대, 사과대 등 인문·사회계열의 전공지도교수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자유전공생을 대상으로 ‘Gateway to College’ 수업을 팀티칭으로 진행한다. 이 수업에서 학사지도교수는 전반적인 학사지도를, 전공지도교수는 각 단과대의 전공을 소개한다.

자유전공은 학문간 융합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위원회 간사 법과대 부학장 김종철 교수(법과대·헌법)는 “자유전공의 초점은 자유로운 학문 탐색에 있지만, 부수적으로 융합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가 추구하는 융합의 방향은 인문·사회계열 내의 학문 융합으로,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의 융합을 추구하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와는 차이가 있다. 이는 자유전공 커리큘럼에도 반영돼 있다. 자유전공생들을 위한 ‘규범과 비판적 판단’ 수업은 철학, 경제, 정치 분야의 고전에 대한 강의와 토론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위해 철학, 경제학, 정치외교학과 소속의 교수 6명이 팀티칭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전성준(자유전공·09)씨는 “다양한 방향의 생각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전공만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수업”이라며 “수업 내용이 어렵긴 하지만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공 편중과 정체성 혼란

자유전공생들은 전공 신청 시 성적에 상관없이 희망하는 전공에 배정 받을 수 있다. 이렇다보니 특정 인기학과로 학생들이 몰릴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학과 정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된 정원을 수용하기 위해 교수, 강의실, 강좌 수를 늘려야 한다. 학교 측도 이를 인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뾰족한 대응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김 교수는 “많은 학생을 학과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 위원회에서 대응책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공 편중 현상이 계획 단계부터 예견된 문제인 만큼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자유전공은 하나의 모집단위일뿐 학부나 학과 단위가 아니기 때문에 소속에 대한 개념도 모호하다. 때문에 전공에 대해 소속감 및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이에 이원경 학사지도교수(학부대·상경계열/자유전공)는 “자유전공 나름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며 “학생들이 2개의 정체성을 갖는 것을 장점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속단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일부학생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최예지(자유전공·09)씨는 “자유전공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좋기도 하지만 2학년 때 학과에서 자치활동을 할지, 아니면 계속 자유전공에서 활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치단위·공간 부재해

또한 자유전공생을 위한 자치단위 역시 구성돼 있지 않다. 신입생들은 입학 초기에 단과대 내 반을 통해 선배, 동기와 관계를 맺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많은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자유전공의 경우 신입생들이 소속될 수 있는 자치단위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법과대가 자유전공 신입생들이 자치단위를 세울 때까지 임시로 맡아 오리엔테이션과 새로배움터 등의 활동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공과 커리큘럼이 상이해 전공 및 학사 지도에는 큰 도움을 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유전공생들만의 자치공간이 부재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월 학교 측은 자유전공생들을 위한 자치공간을 백양관 403호에 배정하기로 결정했다. 3월 초 이 공간을 사용하고 있던 리더십개발원이 이전하면 자유전공생들의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리더십개발원 이전이 연기되면서 여전히 자치공간 마련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자유전공생들은 법과대 내의 자치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도 법과대는 자치공간이 부족해 칸막이로 하나의 공간을 나눠 사용한 점을 감안할 때 자치공간 부족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자유전공생들에겐 사물함을 배정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최씨는 “많은 책을 들고 다녀야 해서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백양로 403호. 학생복지처 취업진로지원과는 아직 이전하지 않았다.

자유전공은 계열에 상관없이 다양한 학문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역학부제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2010학년도부터 다시 학과제로 전환하는 추세에서 자유전공만의 특화된 정체성이 없다면 그 존재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자유전공이 단순히 원하는 학과로 진입하기 위한 디딤돌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학교 측은 자유전공의 정체성과 기본적인 운영 계획부터 제대로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장유희 기자 blooming@yonsei.ac.kr
사진 추유진 기자 babyazaz@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