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간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진정한 내 집 마련 실현해야

‘모래내시장’ 정거장에서 내려 시장 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벽과 문에 온통 새빨간 엑스자가 그려져 있는 동네를 볼 수 있다. 재개발을 위해 주민들을 이주시켜 인적이 끊긴 ‘가재울 뉴타운(아래 가재울)’이 바로 그 곳이다.

 가재울 지역은 지난 2003년 11월 18일 뉴타운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총 7개의 구역이 재개발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 1, 2구역의 공사가 먼저 진행돼 1구역은 2008년 12월 22일 준공됐고, 2구역은 6월 초쯤 준공될 예정이다. 3구역은 현재 주민이주와 철거가 진행 중이고 4구역은 75%의 주민이 이주했을 뿐 아직 철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재울 개발은 현동훈 서대문구청장이 후보시절 야심차게 내건 공약이었다. 서대문구청 뉴타운사업과 엄호택 직원은 “공원이나 도로 같은 정비기반시설을 만들고 전체적인 도시와의 조화를 고려하기 위해 뉴타운 사업이 계획 됐다”고 말했다.

4구역 주민들은 뉴타운 소식을 환영했다. 뉴타운으로 지정되면 프리미엄이 붙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체 주민의 80% 이상이 동의를 했고 재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이후 토지나 주택의 소유자들로 구성된 조합이 구성되고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총회가 두 번 열렸다. 하지만 곧 시공사 선정과 조합의 임원이 선출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이의가 제기됐다. 임원들이 조합원들의 의견을 잘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4구역 주민들이 모여 가재울 4구역 주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만들었다.

조합원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을 거쳐 조합 측에 사업비 측정과 개발의 진행과정을 투명·공정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 조합원 박두식씨는 “조합이 계약서와 사업시행계획서 등을 포함한 계약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처음 정해졌던 공사비보다 지금은 150% 가량 액수가 커졌는데도 이를 지도·감독해야 할 구청에서는 모르쇠로 일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난 사업비에 대해 조합의 총무이사 이용관씨는 “처음 시작할 때와 달리 도로나 공원 조성 등의 사업이 포함됐고 공사가 장기간 진행되는 동안 관련법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계약문서 공개에 대해서는 신상 명세와 관련된 문서처럼 공개하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터넷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주민들은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구청이 지도·감독을 하지 않는 건 가재울이 민영공사이기 때문이다. 민영공사의 경우 재개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조합원들이 부담하기 때문에 결정권 역시 조합에 있다. 따라서 구청은 계획에 대한 승인만을 담당한다. 서대문구청 뉴타운사업과 김세동 직원은 “공사에 드는 비용이나 계획을 모두 조합 측에 맡기기 때문에 구청은 금액이나 시공사를 검토하지 않는다”며 “올라온 계획에 절차상의 특별한 하자가 있지 않으면 대부분 승인을 해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그뿐만이 아니다. 조합원 박씨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강화돼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토지를 가액으로 표시한 감정평가액이 적은데 세입자 주거이전비와 상가보상금을 주고나면 재개발을 하는 동안 살 집 마련에도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조합 측도 비용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합 총무이사 이씨는 “구청에서 정비기반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는 대신 용적률*을 높여주는 등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며 “건축법상 건물의 높이 제한이 있는데다 공사비와 세금도 늘어나기 때문에 부담이 되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가재울 뉴타운 계획은 내 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 과정인 만큼 모든 주민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진행 과정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 모두가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만들자는 애초의 목적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주민, 임원, 해당관청이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한 주민의 바람처럼 이해관계자 간의 원활한 소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용적률: 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건물의 면적×층수)의 비율

유수진 기자 uss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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