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실습실을 점검한다 - 음악대학 연습실

자치 공간 뿐 아니라 강의실, 실습실 등 공간 부족에 대한 논의는 해마다 되풀이된다. 이러한 가운데 또 다른 공간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음악대 학생들이다. 매주 레슨 수업을 받고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연습을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연습실은 가장 중요한 학내 공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습실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연습실 수 부족 △냉·난방 시설 미비 △미흡한 방음 시설 등 연습실의 열악한 실태가 지적되고 있다.

연습실 부족해 예약자 넘쳐나

음악대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연습실 공간 부족에 있다. 음악대 재학생은 565명(2008학년도 2학기 기준)인데 비해 연습실은 56개에 불과하다. 학생 10명 당 1개의 연습실만 배정된 셈이다. 특히 음악대는 전공 수업이 상당수 겹치기 때문에 수업을 마치는 시간이 비슷하다. 따라서 연습실 예약이 특정 시간에 몰리는 경우가 많아 공간 부족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음악대 학생회장 황교진(기악·06)씨는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연습은 필수적”이라며 “연습 공간 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고 말했다.

단체로 연습할 수 있는 규모의 연습실은 더 부족한 실정이다. 07학번 이후 학생들은 4~5명의 학생이 함께 하는 실내악 수업을 필수로 들어야한다. 하지만 단체 연습실이 없어 학생들은 일반 강의실에서 연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준화 교수(음악대·관현악)는 “4~5명 규모의 앙상블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강의실을 이용한다”며 “음향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강의실은 연습공간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현정(기악·08)씨는 “개인적으로 듀오*를 연습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피아노가 두 대 있는 연습실은 겨우 두 개 뿐이다”라고 말했다.

악기별로 나눠져 있지 않은 연습실은 비효율적이다.

열약한 냉·난방 시설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냉·난방 시설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56개의 연습실 중 냉·난방 가동이 가능한 곳은 26개 뿐이다. 이러한 연습실 환경에서 여름, 겨울철에는 연습이 힘들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악기엔 더욱 치명적이다. 음악대 사무실 서기환 주임대우는 “적절한 환경에서 악기를 다뤄야 하는데 현재 연습실 환경에선 악기가 갈라지거나 줄이 끊어지고 음정이 불안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연습실 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 연습실에 비치된 피아노의 조율 상태도 좋지 않다. 이종민(기악·08)씨는 “줄이 끊어진 피아노가 너무 많다”며 “피아노 조율을 제 때 해달라”고 불만을 표했다. 현재 피아노 담당 조율사는 1명 뿐이다. 한 학기당 1번씩 조율을 하고 줄이 끊어졌거나 조율이 시급한 경우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조율을 한다. 음악대 사무실 조율 담당 이현문 직원은 “전공생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사용 빈도가 높아 고장이 잦다”며 “이상이 있을 때마다 조율하지만 혼자서 백여대의 피아노를 관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방음되지 않는 연습실

다양한 악기 소리가 섞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방음은 연습실의 필수적인 요소다. 현재 연습실 방음시설은 내부 방음벽과 복도형식의 외부 방음벽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내부 방음벽이 뜯겨져 있는 곳이 많아 연습실 간 방음효과가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신관의 일부 레슨실만 방음문으로 돼있을 뿐 이를 제외한 다른 연습실은 방음문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음악대학 신관지하에 따로 마련돼 있는 목·금관 악기 연습실 또한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 문제로 리모델링도 어려워

연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악대 측에서는 2~3년 전부터 연습실 리모델링 공사를 계획했다. 연습실 공사 방안 중 하나는 현재 방음벽으로 설치된 복도를 활용해 좁은 연습실 공간을 확장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사 계획은 예산문제로 인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서 주임대우는 “공사를 계획한다고 해서 예산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 결정된 후 공사를 계획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예산집행의 경우 학교측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연습실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 이상 연습실 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며 “연습실 수요는 많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전공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습이 필수인 음대생들은 오늘도 여전히 열악한 연습실에서 꿈을 키워간다. 의과대 다음으로 등록금이 높은 음악대. 등록금 대비 가장 열악한 시설에서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 측의 관심이다.

*듀오: 2개의 독주악기에 의한 중주

권소영 기자 serendipity@yonsei.ac.kr
사진 박선종 기자 ganzina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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