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부 부기자 김슬아

*주의 : 말 그대로 「연세춘추」에 들어와 ‘처음’해봤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민망한 생각일랑 접어주세요.

부기자일기. 얼마 만에 써보는 ‘일기’인지 모른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고3때, 친구 몰래 부모님 몰래 썼던 ‘고3일기’ 이후로 처음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일기를 주저리주저리 적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난 아직 공개적인 곳(이를테면 「연두」)에 내 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쑥스럽고 낯설다.
2년 만에 쓰는 일기다. 그것도 이제 막 기사를 쓰기 시작한 생후 3주된 신생기자의 일기….


첫 ‘밤샘’

시험기간에도 해보지 않았던 ‘밤샘’을 「연세춘추」에 와서 처음으로 했다. 워낙 밤잠이 많은 나는 남들이 밤새워 공부하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졸릴 땐 자고 정신 멀쩡할 때 집중하자는 주의였다. 밤새워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수습기자 시절 “오늘도 밤 샐 것 같다”고 다른 기자들이 푸념 할 때마다 “나는 절대로 밤 새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던 나였다. 그러나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연두」에 연재되는 ‘만나고 싶었습니다’를 쓸 때였다. 이종호 기자, 유수진 기자와 함께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비앙카(UIC·07)씨를 취재했다. 처음으로 쓰는 기사이니만큼 세 명이서 하나 돼 열심히 써내려갔다. 부장에게도 ‘고칠 거 뭐 있겠어?’라며 자만심에 차 원고를 들고 갔는데… 원고는 어느새 붉게 변해 우리 손으로 돌아왔다. 이래저래 고칠 것이 너무 많았다. 원고를 다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새벽 3시.
기숙사 통금시간은 훌쩍 넘어 버렸다. 그 때 처음 알았다. 잠도 타이밍이라는 것을. 시간을 놓치니 잠도 오지 않았다. 그 몽롱한 느낌이란. 결국 잠도 못자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동기 기자와 새벽 6시에 집에 들어갔다.
기사가 많았던 저번 주에도 편집국에서 밤을 샜다. 저번 주처럼 기사가 많은 주는 어쩔 수 없지만 난 아직도 제작을 빨리 끝내고 집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직 그 때의 자만심을 버리지 못한 것일까.

내 기사가 1면에 실릴 수도 있다는 부장의 말을 듣고 왠지 이 기사에 한 번 더 손이가고 신경이 쓰였더랬다.

첫 1면기사

지난 1606호 「연세춘추」1면을 보시라. 비록 ‘탑기사’(제일 상단에 배치된 기사)는 아니었지만 내가 쓴 ‘법학전문대학원 첫 신입생, 무거운 출발’기사가 1면에 실렸다.
취재 당시에는 간단한 행사 기사를 쓰는 것으로 알고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식에 갔다. 이범관 국회의원의 축사에서 변호사시험법이 언급됐는데 부끄럽게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됐다. 입학식이 열리기 전까지 로스쿨에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행사가 끝이나고 신입생에게 입학 소감을 묻는 취재에서도, “기쁘긴 한데 시험이 정해지지 않아서 걱정도 된다”며 또 변호사시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도대체 그 시험이 뭐길래…. 취재가 끝나고 당장 편집국에 달려가 로스쿨과 변호사시험법에 대해 조사했다. 변호사시험법이 부결되면서 변호사시험법에 대한 사안이 정해진 것 없이 로스쿨이 개원을 하고 운영된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됐다. 법과대학 대외부학장 이종수 교수(법과대·헌법)가 취재 때 말한 것처럼 영락없이 ‘완공도 안 된 집에 입주 먼저 시키는 꼴’이었다.
이후 기사방향은 단순한 입학식 보도기사에서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난항을 겪을 로스쿨 학사일정에 대한 비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기사로 보여지는 것은 원고지 5장 정도의 분량일지 몰라도, 몇 배로 취재해야 비로소 제대로 기사가 나올 수 있었다.


학기 초라 이래저래 부르는 곳이 많다. 신입생 환영행사도 있고 오랜만에 만나자는 고등학교 친구들도 많다. 그 때마다 내 입에선 “미안, 춘추 때문에…”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말하지 않으련다. “아냐, 춘추 덕분에…”라고 말하고 싶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춘추 ‘때문에’ 잃는 것 보다 춘추 ‘덕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밤새 무의미하게 술을 마시는 것보다 의미 있는 기사 하나를 완성하는 게 더 좋고, 공강 시간에 잠을 자는 것보다 취재원을 만나 몰랐던 것을 또 하나 알아가는 것이 더 의미 있다.
또 춘추에서 어떤 ‘첫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오늘도 가슴 한 켠이 두근두근 떨린다.

 

글       김슬아 기자 howgee@yonsei.ac.kr
사진    추유진 기자 babyazaz@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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