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과학자의 미래실험실' 관람기

 

 

지난 2월 안국역에 위치한 사비나 미술관에서는 ‘2050 Future Scope-예술가와 과학자의 미래실험실’이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팀을 이뤄 과학자들이 기계·태양·생물 등에서 이끌어낸 창작의 아이디어를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표현해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전시회는 크게 지구환경 변화·뇌과학·시공간 초월·나노혁명의 시대라는 4개의 주제로 이뤄졌다.

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카메라가 찍은 기자의 모습이 미술관 내부 스크린을 통해 낯선 풍경과 합성돼 비춰지는 것으로 전시회 관람은 시작됐다. (최정원 ‘Inter-course composition’) 전시회 내부에는 사람 형상을 한 유기체 모양의 작품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큐레이터 우선미씨는 “이 작품은 미생물을 아토( 10-12)단위까지 확대하면 인간의 모습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발상에서 착안했다”며 “인간은 전부지만, 동시에 아주 일부분인 존재일지 모른다는 작가의 생각아래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노진아 ‘미생물(X1000000000000)’) 다음으로 태양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로 찍은 사진 작품이 보였다. 작가는 ‘태양’을 자연 현상 이상으로 인간의 문명까지도 통합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여겨 태양의 궤적을 추적한 것이다.

미술관 2층에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로 근무한다는 장동수씨의 작품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카데바(해부실습용 시신, Cadaver)의 뇌를 본뜬 석고 25개에 각기 다른 색을 띄고 있다. “색이 채워지지 않은 가운데의 석고는 작가가 관람객들의 몫으로 남겨둔 부분이죠”라는 큐레이터의 설명은 ‘죽음’이 창조해 낸 또다른 ‘예술’과 그 속의 ‘삶’을 느끼게 한다. (장동수 ‘생각의 지배’)

미술관 한켠에는 아무런 그림도, 소리도 없는 어둡고 작은 방이 있다. 방 안에 놓여 있는 플래시 라이트를 들고 움직이면 앞의 스크린에 빛의 궤적이 그려진다. 그와 동시에 방 안에 설치돼 있는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왔다. 플래시 라이트로 스크린에 그린 빛의 궤적이 컴퓨터에서 좌표로 처리돼 사운드로 변환되는 것이다. 관람객이 ‘빛’을 통해서 자기를 표현하는 동시에 시각과 청각의 미적가치를 만들어내 작품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컴퓨터 음악을 전공한 작가의 상상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이현욱 ‘Emotional Drawing’)
이번 전시회는 이론적으로만 들렸던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실질적인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보여준다. 특히 과학이 예술 작품 표현을 위한 기술 제공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작품 발상의 요소를 제공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앞으로도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더욱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문해인 기자 fade_away@yonsei.ac.kr

사진 박선종 기자 ganzina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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